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단에 막판 합류하면서, 이번 미·중 정상외교의 초점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첨단기술 통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는 5월 13일 엔비디아가 황 CEO의 방중 동행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동행은 단순한 기업인의 외교 일정 참여로 보기 어렵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의 핵심 기업이고, 중국은 여전히 대규모 AI 인프라 수요를 가진 시장이다. 황 CEO의 베이징행은 미국의 기술안보 전략과 글로벌 기업의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정치적으로 이번 방중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기술 갈등을 일정 수준 관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일정에는 농산물, 항공기, 에너지, 반도체 수출 등 경제 의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며,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세 문제도 양국 협상의 주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AI 반도체는 일반 무역 품목과 성격이 다르다. 미국 정부는 2025년 4월 엔비디아의 중국향 H20 AI 칩에 대해 새로운 수출 허가 요건을 적용했고, 엔비디아는 이 조치로 최대 55억 달러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H20은 당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합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주요 AI 칩으로 평가됐다.
경제적 파장도 작지 않다. 중국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로이터는 2025회계연도 기준 중국이 엔비디아 매출의 약 13%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장 접근이 제한될 경우, 이는 엔비디아의 단기 실적뿐 아니라 미국 AI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업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의 대응이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될수록 중국은 화웨이 등 자국 반도체 기업과 AI 인프라 생태계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 GPU의 성능,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 개발자 기반을 대체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AI 칩 자립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칩 자체에만 있지 않다. GPU,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최적화 기술, 개발자 생태계가 결합된 플랫폼 지배력이 핵심이다. 중국 기업들이 하드웨어 격차를 일부 줄이더라도, 엔비디아가 구축한 소프트웨어 기반과 글로벌 개발자 네트워크를 단기간에 복제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안은 한국과 대만, 일본에도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은 대만 TSMC의 제조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AI 서버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미·중 간 AI 반도체 협상이 흔들릴수록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은 더 큰 정치적 압력과 시장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결국 젠슨 황의 베이징행은 한 기업 CEO의 외교 동행을 넘어, AI 시대 산업질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AI 경쟁의 중심은 이제 모델 개발을 넘어 컴퓨팅 인프라, 반도체 공급망, 데이터센터, 에너지, 수출 통제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으며, 이번 방중은 AI 반도체가 이미 외교와 안보, 산업정책의 핵심 자산이 됐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