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유망 중소기업 100개사를 ‘점프업(Jump-Up) 프로그램’ 2기 지원 대상으로 최종 선정했다. 3월 23일 발표한 이번 선발 결과는 정책의 무게 중심이 단순한 기업 지원보다 성장 가능성이 검증된 중소기업을 선별해 본격적인 스케일업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데 있다. 정부가 매년 100개사씩 선발해 2029년까지 총 500개사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 사업이 단년도 사업이 아니라 중장기 성장정책의 축으로 설계됐음을 강조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업력 7년 이상 중소기업 가운데 성장성·기술성·혁신성을 갖춘 기업이 신사업과 신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중기부는 이를 현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매년 100개사씩 선발해 2029년까지 총 500개사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기 처방이 아니라, 한국 산업의 허리를 두껍게 만들겠다는 구조적인 노력을 시사한다.
이번 2기 모집에는 531개 기업이 신청했다. 중기부는 약 2개월간 성장성, 수익성, 혁신성에 대한 평가를 거쳐 100개사를 추려냈다. 숫자만 놓고 봐도 이번 선정은 폭넓은 지원이 아니라 선별과 집중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선정 기업들의 면면도 눈에 띈다. 평균 업력은 22.3년, 2024년 기준 평균 매출액은 466억 원, 평균 고용은 12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창업 초기 기업을 육성하는 사업과 결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미 일정한 시장 검증을 거친 기업 가운데, 한 단계 더 커질 수 있는 기업을 겨냥한 프로그램이라는 해석이다.
재무 체력도 탄탄하다. 선정 기업들의 2024년 기준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일반 제조 중소기업보다 각각 13.9%포인트, 2.0%포인트 높았고, 실제 평균 매출 증가율은 13.8%, 영업이익률은 5.8%로 제시됐다. 지원이 꼭 필요한 약한 기업을 폭넓게 품는 정책이라기보다, 성장 탄력이 이미 확인된 기업에 더 큰 사다리를 놓겠다는 정책 철학이 반영됐다.
그동안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은 금융 보완, 비용 보전, 규제 완화 같은 방어적 수단에 상대적으로 익숙했다. 반면 점프업 프로그램은 ‘잘 버티는 기업’이 아니라 ‘크게 커질 기업’을 전제로 설계됐다. 중견기업층이 두터워져야 산업 경쟁력도 안정된다는 현실 인식이 정책 구조에 반영된 셈이다.
지원 방식도 비교적 입체적이다. 프로그램은 전략자문, 오픈바우처, 네트워킹, 정책 연계의 네 축으로 운영된다. 단순히 예산을 배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신사업 전략 수립부터 경영·기술자문, 사업화, 투자유치, 해외진출, 정책금융 연결까지 성장 경로 전반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구조다.
먼저 전략자문은 전문경영인, 컨설팅사, 연구기관 등을 기업과 1대 1로 매칭해 신사업 전략 수립, 경영 자문, 기술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금만으로는 기업의 체질 전환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다. 특히 기존 사업 기반은 갖췄지만 다음 성장축을 찾지 못한 기업에는, 돈보다 방향 설정이 더 절실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오픈바우처는 현장 활용도가 높은 장치다. 시제품 제작, 시험·인증, 마케팅 등 사업화 비용을 바우처로 지원하며, 연간 2억 5000만 원씩 3년간 최대 7억 5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네거티브 방식이다.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 기업이 서비스와 제공기관을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획일적 집행보다 실제 수요에 맞춘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 유연성이 한층 높아졌다.
네트워킹과 정책 연계는 이 사업을 한 단계 더 강하게 만든다. 중기부는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 네트워킹을 포함해, 중소벤처진흥공단의 14개국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활용한 현지화 수출 및 투자 유치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 고도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 진입과 자본 연결까지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점프업 프로그램은 내수형 지원사업보다 확장성이 큰 모델로 볼 수 있다.
정책 연계의 폭도 적지 않다. 사업전환자금 융자, 정책금융 우대, 기술보증기금 특례보증, 정책펀드, R&D, 수출금융 등이 함께 연결되며, 사업전환자금 융자는 100억원 한도, 기술보증기금 특례보증은 최대 200억원 한도까지 지원됐다. 기업이 성장 국면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병목이 전략 부족, 자금 공백, 해외 진출 기반 부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프로그램은 여러 정책수단을 따로따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성장 경로에 맞춰 묶은 패키지형 지원이다.
특히 긍정적으로 볼 부분은 1기 운영 경험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보강했다는 점이다. 중기부는 다양한 기술 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행기관을 추가 선발하고, GBC를 활용한 현지화 수출과 투자 유치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이 처음 설계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다.
관건은 이제 집행이다. 선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3년 뒤의 실제 성과다. 자문 지원의 완성도가 기업별로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 바우처가 단순 집행으로 끝나지 않고 신사업 성과로 이어지는지, 투자와 수출 지원이 형식적 네트워킹을 넘어 실질적 계약과 매출로 연결되는지가 정책의 진정한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려면 창업 숫자만 늘리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커지는 사다리를 더 정밀하게 구축해야 한다. 한성숙 장관이 “중소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문제의식 위에 있다.
결국 이번 100개사 선정은 단순한 선발이 아니라 정책의 축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평균 업력 20년이 넘는 기업들까지 성장정책의 중심에 다시 올려놓았다는 것은, 한국 산업정책이 이제 창업 장려를 넘어 성장의 다음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점프업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작동한다면, 한국형 중견기업 육성정책의 기준과 경로를 다시 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