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다음 65년은 ‘AI 농업 플랫폼’…금융·유통 넘어 농사 의사결정까지
농협 다음 65년은 ‘AI 농업 플랫폼’…금융·유통 넘어 농사 의사결정까지
  • 김민지
  • 승인 2026.08.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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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용 AI 에이전트 10월 가동…보조금·병해충·통번역까지 지원

스마트 APC 100곳·보급형 스마트팜 2,000여곳으로 생산·유통 데이터 기반 확대
농협의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구축된 자동화 설비.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농산물 선별·포장 등 유통 과정을 효율화하고 있다. 농협은 스마트 APC 확대와 보급형 스마트팜 확산, AI 기반 영농 서비스 등을 통해 농업 생산·유통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 사진=경북도 제공

농협중앙회가 창립 65주년을 맞은 올해, 농업인을 지원하는 전통적인 협동조합의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의 생산·유통·금융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전국 농·축협과 금융·유통 계열사를 보유한 농협의 디지털 전환은 일반 기업의 AI 도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내부 업무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농업인이 작물을 생산하고, 출하하고, 판매하고, 금융을 이용하는 과정까지 AI 적용 범위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6월 말 'NH AX Launch Day 2026'을 열고 범농협 차원의 AI 대전환(AX)을 공식화했다. 이후 AI를 실제 업무와 농업 현장에 적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농업인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생성형 AI다.

농협은 오는 10월 디지털 영농 플랫폼 'NH오늘농사'에 '농업인 에이전트'를 탑재할 예정이다. 농업인이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검색하는 대신 AI가 영농 과정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농가의 상황에 맞는 보조금 정보를 찾아주는 '보조금 큐레이팅', 농작물 사진을 기반으로 병해충을 진단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하는 기능 등이 검토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농촌 현장을 고려한 실시간 AI 통번역 기능도 포함될 예정이다.

농협 내부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범농협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8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내부 업무지침과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통해 직원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고, 기업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IT 개발 업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농협이 올해 3월 범농협 임직원 7,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78%에 달했다. AI 도입을 별도의 실험 조직에 한정하지 않고 범농협 업무체계로 확산하려는 배경이다.

주목할 부분은 AI 전략이 생산 현장의 스마트농업 및 농산물 유통구조 개편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 중소농을 대상으로 한 보급형 스마트팜을 지난해 약 1,600곳에서 올해 2,000여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팜 확산이 대규모 시설농가에 집중되는 문제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농까지 디지털 농업의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유통 단계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농협은 내년까지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100곳으로 확대하고 자동화 시설과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국 150여개 APC를 활용한 산지 직송체계도 강화한다.

공판장의 거래 방식도 기존 경매 중심에서 벗어나 출하자와 구매자가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반입하기 전에 가격과 물량 등을 결정하는 온라인 기반 거래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AI가 활용할 수 있는 농업 데이터의 접점이 동시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에서는 생육과 생산 데이터가 발생하고, APC와 공판장에서는 출하·가격·물류 데이터가 축적된다. 여기에 농협이 보유한 금융 및 조합원 지원 인프라가 연결되면 생산에서 유통, 금융까지 이어지는 농업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농협의 경쟁력도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빅테크 기업이 AI 기술 자체에서는 앞설 수 있지만 전국 농촌 현장의 생산자 조직과 산지유통시설, 판매망, 금융망을 동시에 갖춘 조직은 많지 않다. 농협은 전국적인 농·축협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실제 농업 현장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차별점을 갖는다.

다만 기술 도입이 곧바로 농가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I 병해충 진단의 정확도와 농업 데이터의 표준화, 고령 농업인의 디지털 접근성, 지역 농·축협 간 디지털 역량 차이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스마트팜과 유통 자동화 역시 투자비용 대비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농협의 AX 전략을 평가할 기준은 AI 서비스의 숫자가 아니라 농업인이 얻는 경제적 효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3일 창립 65주년을 맞아 '농업소득 3,000만원'을 핵심 목표로 다시 제시했다. AI와 스마트농업, 유통 혁신 역시 궁극적으로는 이 목표와 연결돼 있다.

지난 65년 동안 농협이 금융과 유통을 통해 농업인의 경제활동을 지원해왔다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농업인이 어떤 작물을 생산하고, 언제 출하하며, 어떤 지원을 받을 것인지까지 데이터로 지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농협이 추진하는 AI 대전환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를 넘어 AI가 실제 농사와 농산물 유통의 의사결정 과정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농협의 다음 65년을 가르는 것은 'AI를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전국 농업 현장에 축적된 데이터를 얼마나 농업인의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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