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브라질에 두 번째 가전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중남미 시장에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과 제조 효율 개선을 병행해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브라질 파라나주 파젠다 히우 그란지에 위치한 신규 가전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1996년부터 운영해온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 공장에 이은 브라질 내 두 번째 생산거점이다.
파라나 공장은 우선 냉장고 생산에 집중하며 연간 약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됐다. 앞서 LG전자는 이 공장 건설에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장 부지는 약 76만7000㎡, 연면적은 7만㎡ 규모다.
이번 생산기지 확대의 핵심은 브라질 내 공급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제품 현지화를 강화하는 데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일부 제품을 동남아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 브라질로 들여왔지만, 파라나 공장 가동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브라질 시장의 수요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물류와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도 병행한다. 브라질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과 주거 환경 등을 고려한 제품을 선보여 현지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브라질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냉장고에는 와이파이 연결과 인버터 기술 등이 적용되며, 일부 제품은 현지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개발됐다. 한국 본사 기술진도 제품의 현지화를 위한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공장은 생산시설의 규모뿐 아니라 제조 방식에서도 기존 생산거점과 차별화를 꾀했다. AI와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해 생산라인의 효율성과 품질 관리 수준을 높였다. 비전 AI를 이용해 제품의 이상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는 관제 시스템도 구축했다.
다관절 로봇 등 자동화 설비는 냉장고 도어 운반과 같은 작업에 투입된다. 사람이 수행하기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해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제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LG전자가 브라질 생산기지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한 것은 현지 생산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을 최소화하면서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라나 공장 가동은 LG전자가 추진하는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LG전자는 브라질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시장으로 선정하고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세 국가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약 6조2000억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전자 전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다.
회사는 이들 3개국에서 2030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에서는 대중 소비시장과 현지 특화 제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지역별 전략을 달리한다는 구상이다.
브라질 생산망 확대는 이 같은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지 생산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브라질을 넘어 남미 인근 시장까지 생산기지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지 보도에 따르면 파라나 공장은 브라질 내수뿐 아니라 남미 다른 국가로의 공급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초기에는 냉장고 생산을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향후 수요에 따라 세탁기 등 다른 생활가전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LG전자의 브라질 생산 확대는 최근 글로벌 제조업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소비시장과 가까운 곳에 생산시설을 배치해 공급망 위험을 낮추고, 각 지역의 소비 특성에 맞춘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을 갖춘 국가인 만큼 현지 생산의 전략적 가치가 크다. LG전자는 1996년 마나우스 공장을 시작으로 브라질에서 장기간 사업을 이어온 만큼 기존 유통망과 생산 경험에 신규 생산거점을 더하는 구조가 됐다.
다만 현지 생산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시장 경쟁과 수요 변화에 달려 있다. 브라질 가전시장은 글로벌 브랜드뿐 아니라 현지 업체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생산 규모를 키우는 것과 함께 가격, 제품 사양, 유통망, 현지 소비자 선호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현지 매체 역시 LG전자가 브라질 백색가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신규 공장의 생산능력을 시장 확대와 연결해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결국 파라나 공장은 LG전자가 브라질에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 현지 생산과 제품 개발을 함께 수행하는 사업자로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마나우스와 파라나를 양대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면서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남미 전역에서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