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미국 원자로 개발 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원전 기술 검토부터 설계·시공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글로벌 원전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뉴욕에서 차세대 SMR 개발사인 퍼스트 아메리칸 뉴클리어(FANCO)와 ‘EAGL-1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FANCO가 개발 중인 납-비스무트 냉각 고속로 기반 SMR의 상용화를 위한 초기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사는 원전 설계와 시공 기술을 결합해 향후 미국 시장에서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FANCO가 개발 중인 EAGL-1은 액체 금속 냉각 방식의 차세대 SMR로 분류된다. 기존 대형 원전 대비 규모를 줄이고 모듈화 설계를 적용해 건설 기간과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EAGL-1은 단일 원자로 기준 약 240MWe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러 기를 묶어 클러스터 형태로 운영할 경우 대규모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등 안정적인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납과 비스무트 합금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방식은 높은 열전달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적용해 장수명 방사성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방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현대건설은 EAGL-1 사업 초기 단계에서 주요 기술 검토에 참여한다. 양사는 원자로를 제외한 발전 설비 분야인 BOP(Balance of Plant) 설계 검토를 비롯해 △건설 가능성 분석 △모듈화 시공 전략 수립 △브리지 파워 솔루션 적용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향후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설계·조달·시공(EPC) 파트너로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현대건설이 미국 SMR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차세대 원자로 기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SMR 시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 수요 증가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존 전력망만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안정적인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설치 규모가 작고 다양한 지역에 배치할 수 있어 산업시설 전력 공급, 지역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ANCO는 미국 내 원전 제조 시설과 에너지 단지를 결합한 차세대 원전 클러스터 구축 계획도 추진하고 있어, 현대건설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에너지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해왔다. 기존 원전 시공 역량에 SMR 등 미래 원자로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미국 차세대 SMR 사업에서 초기 기술 검토부터 EPC 수행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FANCO와 협력을 통해 EAGL-1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지원하고 미국 SMR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현대건설의 해외 원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향후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