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Part 1 | 홍승권 변호사의 "AI가 들어온 법조 현장"
Part 2 | 변호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Part 4ㅣAI 법률상담 시대, 변호사와 AI 협업이 필요한 이유
Part 5ㅣ인공지능 기본법, 무엇이 처벌되나? 과태료 3천만원 적용 기준
Part 6 | 형사전자소송 시작…수사기록 전자화가 관건
Part 7 | 공동대표이사 해임,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글 홍승권 | 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skh@law-pan.com)
사업을 시작할 때 지인과 동업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사업이 회사 형태라면 공동대표이사가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업을 하다 보면 지인과 갈등이 생기기 쉬운 것처럼, 회사를 함께 이끌어가던 공동대표이사 간에도 갈등이 발생하는 일은 흔하다.
공동대표이사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통상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행위는 공동대표이사가 공동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합의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해임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는 절차상의 제약 때문이다. 대표이사 해임 등기를 하려면 공증받은 주주총회 의사록을 첨부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공증사무소가 대표이사 해임 결의가 담긴 의사록의 공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분쟁 가능성이 있는 문서에 공증을 하는 것은 법적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내가 관련 사건에서 직접 30여 곳의 공증사무소에 문의해 본 결과, 25곳 정도가 ‘대표이사 해임 관련’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증을 거절했다. 나머지 5곳은 공증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조건이 있었다. 해임되는 공동대표이사의 법인 인감이 의사록에 날인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임될 당사자가 자신의 해임 결의 문서에 도장을 찍어 줄 리가 있겠는가.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다.
한 가지 짚어볼 점은, 공동대표이사 전원이 주주총회 의사록에 날인해야 하는지 자체가 법리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동대표이사 제도는 회사를 대표하는 행위를 공동으로 하도록 정한 것인데, 의사록 날인이 과연 ‘회사를 대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공증을 받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 주식회사의 대부분은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주식회사다. 소규모 주식회사의 지분은 대체로 소수 인원이 보유한다.
그래서 상법은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주식회사에 대해, 주주 전원의 서면 결의로 주주총회를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절차 간소화를 위한 취지다. 공동대표이사 해임 역시 서면 결의로 가능하다.
그러나 서면결의서를 근거로 등기를 신청하면, 등기소는 공증받은 주주총회 의사록을 첨부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린다. 그 근거는 등기선례 201809-3호다.
해당 선례에 따르면, 대표자 해임처럼 경영권 분쟁에 개입될 수 있는 사안은 형식적 심사권만 가진 등기관 입장에서 서면 결의만으로는 총주주의 동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현실적인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의사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등기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선례는 사실상 모든 대표이사 해임 등기에 공증받은 주주총회 의사록을 강제하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남는 방법은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신청하고, 법원이 선임한 의장 아래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해임 결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적잖은 시간이 든다.
주주 전원의 의사가 명확한데도 해임까지 수개월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다.
이 문제를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형식적 심사권한밖에 없는 등기관, 소액의 보수로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공증사무소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틈새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주주들이기도 하다.
서면결의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하거나, 공증 거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논의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