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오위티는 어머니이자 활동가로서, 그리고 식량 주권을 위한 끈질긴 투쟁가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나이로비에서 태어났지만 뿌리는 시아야(Siaya) 카운티에 두고 있는 그는, 매주 토요일이면 수도에서 서쪽으로 약 11km 떨어진 나이로비의 비공식 정착지 캉게미(Kangemi)에 위치한 소박한 사무실을 찾는다. 이곳에서 그는 **케냐 농민연맹(Kenyan Peasants’ League, KPL)**을 구성하는 네 개의 풀뿌리 조직 중 하나인 ‘여성 아티큘레이션(Women’s Articulation)’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위티의 활동은 한 가지 분명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토지 권리 논의와 농업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배제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케냐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려면, 여성의 토지 접근을 가로막는 불평등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말은 밭과 토지 등기 모두에서 성평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진정한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운동의 핵심 원칙을 대변한다. 오위티는 지역 워크숍과 포용적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토지 소유 관련 법률을 쉽게 풀어 설명하며, 수많은 소농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는 토지에 대한 권리를 직접 주장하도록 도와왔다.
그의 문제 제기는 토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위티는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유전자변형생물(GMO)과 하이브리드 종자 체계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루티드(Rooted)』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종자 기업들이 제공하는 대출이 ‘여성 역량 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농가를 만성적인 부채 구조에 가두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바이엘(Bayer)과 같은 유럽의 생명공학 기업들이 유럽연합(EU)에서는 건강 위험 때문에 금지된 농약을 케냐에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GMO 도입이 농민의 건강과 재정적 안정성을 더욱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입장은 하이브리드 종자와 향후 GMO 도입을 ‘부채와 우울을 낳는 도구’로 규정하는 KPL의 공동 캠페인과 맞닿아 있다.
오위티의 활동은 법정으로도 확장됐다. 2025년 3월 7일, 케냐 농민들은 정부의 GMO 금지 해제 계획을 중단시키는 보전 명령(conservatory order)을 법원으로부터 이끌어냈다. 그는 이를 다국적 농업기업에 맞선 집단적 저항의 성과로 평가했다. 앞서 2019년에는 ‘농민 아그로에콜로지 여름학교(Peasants Agroecology Summer School)’에서 「미망인을 겨냥한 토지 강탈(Land Grabbing Targeting Widows)」이라는 사례 연구를 발표하며, 시아야, 카카메가, 미고리, 마차코스 등 여러 지역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불균형적으로 토지 박탈의 피해를 입고 있는지를 조명했다.
그의 리더십은 국경을 넘는다. 오위티는 국제 농민 운동 조직인 **라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의 국제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케냐 농민들의 토지 투쟁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있다. 그는 지역의 토지 문제를 전 세계적 아그로에콜로지와 식량 주권 운동과 연결시키며, “종자 기업들은 역량 강화를 내세워 대출을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부채와 고통의 순환 속에 가둔다”고 말한다. 이 인식은 글로벌 사우스 전역의 농민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수전 오위티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실천적인 지역 조직 활동과 과감한 정치적 비판을 결합하는 그의 방식이다. 그는 거대 권력과의 충돌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대변하는 여성들의 일상적 현실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의 티셔츠에 적힌 문구 ‘나는 농민 페미니스트다(I am a peasant feminist)’는 그의 정체성과 실천을 동시에 압축하는 선언이다.
인구의 70% 이상이 소규모 농업에 의존하는 케냐에서, 수전 오위티의 목소리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진정한 식량 안보는 토지 정의, 성평등, 그리고 미래의 씨앗을 이윤 중심의 독점 구조에 넘기지 않겠다는 집단적 결단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풀뿌리 조직과 국제적 연대가 결합될 때, 한 개인이 얼마나 강력하게 고착화된 구조에 도전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전 오위티(susanowiti2013@gmail.com)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소농 농민으로, **케냐 농민연맹(KPL)**의 공동 설립자다. KPL은 국제 농민 운동 조직 **라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의 회원 단체다. 그는 KPL 내 여성 조직인 ‘여성 아티큘레이션’의 공동 설립자이자 사무총장이며, 라 비아 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라 비아 캄페시나 동·남부 아프리카 네트워크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레인 하셀 (미국)은 에너지, 경제, 환경 등 3E 분야 연구자로, 태국 방콕 출라롱콘대학교 철학과 과학기술사회센터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필리핀 민다나오 노스밸리칼리지의 생물지역학 연구원이며, 도쿄 아시아연구소에서도 3E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서울 숙명여대 융합학부 조교수와 아시아여성연구소, 성균관대학교 및 나노기술고등연구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방콕 마히돌대학교 시리라즈 의료센터에서 분자생물학·생물정보학 강의를 맡았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Korea IT Times 편집위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