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자통신 기술 실증 환경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며 산업화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차세대 보안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양자 기술을 통신 인프라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 고도화·확산 사업’ 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존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 제한됐던 실증 환경을 전국으로 확대해 기업과 연구기관의 기술 검증 기회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양자 테스트베드는 기업이 개발한 보안 장비나 통신 기술을 실제 네트워크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는 인프라다. 그동안은 서울·판교·대전 구간 중심으로 운영되며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이를 전국으로 확장해 지역 기반 기업들도 동일한 조건에서 기술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앞서 발표된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의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하다. 단순한 테스트 환경 제공을 넘어, 상용화·해외 진출·차세대 기술 확보를 아우르는 입체적 인프라 구축이 목표다.
사업은 기술 단계에 따라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상용 거점은 이미 개발된 기술을 실제 통신망에 적용해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해외 거점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해외 테스트베드와의 연동을 통해 국가 간 통신 환경에서의 호환성과 안정성을 점검한다. 미래 거점은 위성, 무선 기반 양자통신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실증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선(線)에 의존하지 않는’ 양자통신 기술까지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위성 기반 양자암호 통신이나 무선 양자 네트워크 등은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지원 대상은 통신사를 포함한 산학연 컨소시엄이다. 선정된 사업자는 최대 3년간 정부 지원을 받으며, 기존 테스트베드와의 연계성과 실제 수요처 확보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적용된다. 단순 기술 개발이 아닌 ‘현장 적용 가능성’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국내 양자 산업 생태계 구축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기술 개발 중심이었던 정책이 실증과 사업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양자 기술은 검증 환경이 부족하면 상용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전국 단위 테스트베드 구축은 기업 입장에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 보안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양자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등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양자암호 기술 확보가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사업 수행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책 당국은 이번 인프라 확장이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