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회계 업무가 이뤄지는 ERP 시스템 안에 금융 기능을 직접 심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글로벌 ERP 기업 SAP코리아와 손잡고 기업금융과 업무 시스템의 경계를 좁히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신관에서 SAP코리아와 ‘ERP 임베디드금융 생태계 공동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기업 고객이 ERP에서 업무를 처리하다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은행 앱이나 웹사이트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는 것이다. 양사는 SAP의 ERP 솔루션과 KB국민은행의 임베디드금융 서비스를 연결해 ERP 환경에서 금융 업무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베디드금융은 비금융 플랫폼이나 서비스에 결제·송금·대출 등 금융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고객이 금융서비스를 찾아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제 업무가 이뤄지는 플랫폼에 금융 기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ERP는 기업의 구매와 회계, 자금관리, 인사 등 핵심 업무 데이터가 모이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금융서비스와의 결합 효과가 큰 영역으로 꼽힌다. SAP 역시 2026년 ERP 전략에서 AI와 데이터 기반의 ERP를 단순한 회계 시스템이 아닌 기업 운영 전반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협력을 통해 ERP 연동형 금융서비스를 구축하고 기업 트랜잭션 뱅킹과의 연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 기능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의 업무 환경에 금융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는 접점이 확대된다.
이번 협업은 KB국민은행이 올해 추진하고 있는 임베디드금융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KB국민은행은 앞서 중소기업 ERP 업체인 아이퀘스트와도 ERP 기반 금융서비스 및 포용금융 확대를 위한 협력을 진행했으며, 다른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과도 금융서비스를 플랫폼에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기업금융의 이용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이 은행을 별도로 방문하거나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실행하는 대신, 실제 업무가 진행되는 ERP 안에서 금융 업무까지 처리하는 환경이 확대될 경우 기업금융의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임베디드금융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금융거래의 보안성과 데이터 연계 안정성, 기업별 업무 프로세스에 맞춘 서비스 설계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금융과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밀접하게 연결되는 만큼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과 데이터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양사는 향후 SAP를 사용하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공동 마케팅도 추진한다. 양측이 보유한 기업 고객 기반을 활용해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기업금융 서비스의 접점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이사 등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번 협약을 계기로 KB국민은행은 기업금융을 업무 플랫폼 안으로 확장하는 임베디드금융 사업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