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1. AI 지능 확장 시대, 종교는 어떻게 바뀌는가
2.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 존재의 본질
3. AI는 종교를 재정의 할 수있는가
4. 전통 종교의 공통분모와 미래 신앙의 방향
5. AI 시대, 인간의 소망과 윤리는 무엇으로 다시 세워지는가?
6. AGI 시대, 인간 실존과 존재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글 | 임병민(IBM) 칼럼니스트
필자는 AI, AGI, ASI 시대로 나아갈 미래에도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상대의 잘못을 용서하고 사랑하며 배려하는 맑고 순수한 마음을 바탕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매 순간 감사할 줄 아는 삶의 태도에 있다고 확신한다.
그 근거는 인류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약 4만~5만 년 전의 동굴 벽화와 의식용 유물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죽음 너머의 세계와 초자연적 존재를 생각해 왔음을 보여준다. 자연을 신성하게 여기고 하늘의 별과 비, 바람, 구름 등 거대한 우주를 바라보며 풍요를 기원했던 흔적은, 인간이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감사와 경외의 마음을 표현해 왔음을 말해준다.
인류의 종교 역시 이러한 인간의 성찰 속에서 발전해 왔다. 다신교 시대를 거쳐 기원전 6세기 무렵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통해 불교가 등장했다. 불교의 '불(佛)'은 산스크리트어 '붓다(Buddha)'에서 유래했으며 '깨달은 사람'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깨달음은 인간이 삶과 죽음의 본질을 스스로 통찰하고, 욕심과 집착, 분노와 무지에서 벗어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에 대한 집착을 넘어 자유로운 마음에 이르는 것이 불교가 말하는 깨달음이자 해탈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생물학적 진화를 통해 뇌의 크기와 기능이 발전하면서 언어를 사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적으로 협력하는 단계로 진화해 왔다. 이후 문자를 발명하고 기록 체계를 구축하면서 지식을 외부에 저장하기 시작했고, 책과 교육 제도를 통해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넘어 인류 전체의 지식을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산업혁명과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을 크게 확장했고, 인터넷은 방대한 지식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제는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그리고 Agent-to-Agent 기술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사고와 의사결정 능력까지 확장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약 50년 전 처음 컴퓨터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컴퓨터란 무엇이며, 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 당시 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을 대신 수행해 인간의 두뇌를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였다. 오늘날 AI 역시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비행기와 로켓을 통해 이동 능력을 확장해 왔다. 평균 시속 약 800km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시속 약 2만 9천 km에 이르는 로켓은 인간 기술의 대표적인 성과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항공기라도 파일럿이 없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 시대의 파일럿은 AI를 사용하는 인간이다. 다시 말해 AI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인류 문명의 파일럿이자 우주비행사인 셈이다.
만약 파일럿이 비행 경로를 이탈한다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비행기라도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AI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AI의 성능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판단과 방향이다.
인류는 AI, AGI, ASI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Geoffrey Hinton, Sam Altman, Demis Hassabis 등 세계적인 AI 연구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인류는 AI와 공존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
비행기에 인류가 탑승해 있고 AI 사용자가 파일럿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의 성능이 아니라 비행의 방향이다. 목적지를 잃은 비행기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 결국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교는 비행기의 목적지를 안전하게 안내하는 항법 체계이자 나침반과 같다. 종교는 인간에게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만들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또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를 가르친다. 따라서 종교의 역할은 AI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과 방향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인간의 삶은 생명으로 태어나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서로 교감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실현해 간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의 위기는 기술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탐욕과 교만, 증오와 권력욕 등 인간 내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훨씬 많았다. AI 역시 인간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인류의 미래를 발전시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인류 문명이 비행 경로를 이탈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AI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를 끊임없이 성찰하며 자신의 마음과 방향을 바로잡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만약 AI가 인류 문명의 엔진이라면 종교는 그 엔진이 향해야 할 목적지를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엔진은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목적지는 정하지 못한다. 반대로 나침반은 속도를 내지는 못하지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인류의 미래는 엔진의 성능보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치 지도자들은 전쟁과 갈등보다 AI·AGI·ASI 시대 인류의 생존과 평화를 위한 국제 질서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UN을 중심으로 AI 시대에 필요한 법과 제도, 국제 규범을 마련하고, 각국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세계 종교계 역시 인간 존엄과 윤리의 기준을 제시하는 새로운 '종교의 나침반'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인간이 올바른 방향을 잃지 않도록 윤리적 기준과 정신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래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나침반은 AI 사용자 모두가 자신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용서와 사랑, 배려를 실천하며, 매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믿는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러한 나침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과, 인간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기독교(Christianity)의 어원은 헬라어 '크리스토스(Christos)'에서 유래했으며,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곧 하나님께서 보내신 구원자 메시아(Messiah)를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의 구원자로 고백하는 믿음은 인간이 참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신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AI 사용자는 약 13억 명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수많은 AI 사용자, 즉 인류 문명의 파일럿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는 앞으로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샌드박스와 AI Alignment 같은 기술적 안전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가오는 AI·AGI·ASI 시대에 인류 생존의 궁극적인 나침반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성찰과 존엄이다. 필자는 그 길이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메시아를 향한 믿음 안에서 인간 존재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