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휴게소 음식' 손댄다… 도로공사, 다단계 구조 깨고 직계약 첫 실험
'비싼 휴게소 음식' 손댄다… 도로공사, 다단계 구조 깨고 직계약 첫 실험
  • 정준호
  • 승인 2026.07.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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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경쟁 대신 맛·가격·위생 평가, 퇴직자 특혜 차단도 강화
지난 6월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사진 오른쪽)이 여주휴게소(인천방향) 입점매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도로공사 제공
지난 6월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사진 오른쪽)이 여주휴게소(인천방향) 입점매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도로공사 제공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방식이 수십 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맞는다. 비싼 음식값과 복잡한 다단계 운영구조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기존 운영체계를 손보기 위해 한국도로공사가 입점 매장과 직접 계약하는 첫 실험에 착수했다.

단순히 운영방식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휴게소 음식 가격과 품질, 공정한 입찰 시스템까지 동시에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31일 직계약 방식 시범운영 대상 휴게소 8곳에 대한 전문매장 임대입찰 사전규격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사업자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정식 입찰에 앞서 참가 자격과 평가기준 등을 공개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로, 다음 달 정식 공고를 거쳐 오는 9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하고 12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 휴게소 운영을 둘러싸고 제기돼 온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현재는 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업체와 계약을 맺고, 운영업체가 다시 음식점과 편의점, 카페 등 개별 매장과 재계약하는 다단계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와 수수료 부담이 누적되면서 음식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휴게소 운영구조 개편 방안을 통해 이 같은 중간 단계를 줄이고, 도로공사가 개별 매장 사업자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그 첫 사례다.

직계약 대상은 여주휴게소(인천방향), 대천휴게소(서울·목포방향), 군위휴게소(부산방향), 장유휴게소(서부산방향), 월출산휴게소, 합천호휴게소(함양·울산방향) 등 모두 8개 휴게소다. 푸드코트와 간식코너,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을 개별 또는 통합 방식으로 입찰에 부친다.

사업자 선정 기준도 대폭 바뀐다. 지금까지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업체가 유리한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음식 경쟁력과 소비자 만족도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평가 항목에는 권장 업종 적합성, 메뉴 가격과 운영계획, 위생관리 수준, 서비스 역량 등이 포함된다. 입찰가격 역시 반영되지만, 가격 경쟁력만으로 사업권을 따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사실상 "얼마를 낼 것인가"보다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되는 셈이다.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도 강화됐다. 입찰공고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도로공사 퇴직자와 현직자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가족이 대표인 법인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퇴직자 단체가 설립한 법인 역시 참여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를 위한 관련 정관 개정도 추진된다.

사업자의 서비스 역량을 심사하는 평가위원회도 전원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내부 영향력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이번 개혁은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휴게소 음식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운영구조 개선을 주문한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 조사에서는 일부 휴게소 운영 과정에서 납품대금 미지급과 불공정 거래가 확인됐고,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의 사업 참여 문제도 논란이 되면서 전면적인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

국토교통부 전수조사에서는 모두 58건의 불공정 행위와 약 53억 원 규모의 납품대금 미지급 사례가 확인됐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결국 입점업체의 부담을 키우고,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직계약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존 운영업체와의 역할 조정, 계약 방식 변화, 서비스 품질 관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이번 시범사업 결과가 향후 휴게소 개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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