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HD현대삼호와 차세대 산업통신 구축
AI가 스스로 통신망을 관리하고 산업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는 차세대 네트워크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실증 단계에 들어간다. 통신망이 단순한 데이터 전달 수단을 넘어 제조 현장의 '두뇌' 역할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기반 조성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에는 삼성전자와 HD현대삼호를 비롯해 국내 통신장비 기업과 대학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컨소시엄이 꾸려졌다.
하이퍼 AI 네트워크는 기존 이동통신망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네트워크 운영을 자동화하고 초저지연·초고신뢰 통신을 구현하는 차세대 인프라다. 향후 자율주행차와 산업용 로봇, 스마트팩토리, 디지털트윈 등 피지컬 AI 서비스의 핵심 기반 기술로 꼽힌다.
KT는 오는 2027년까지 총 160억원 규모의 사업을 통해 AI 기반 자율 운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실제 조선소 환경에서 피지컬 AI 서비스를 검증한다.
가장 큰 특징은 통신망 자체가 AI를 활용해 스스로 상태를 분석하고 장애를 예측·복구하는 '자율 운용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것이다. KT는 네트워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AI 코어 오케스트레이터를 개발해 트래픽 변화와 장애 상황에 자동 대응하는 지능형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실증 무대는 HD현대삼호 조선소다. 초저지연 통신 환경을 기반으로 AI 용접 로봇과 AI 도장 로봇, 통신 설비 점검 로봇 등을 동시에 운영하며, 대규모 산업 현장에서 AI와 로봇이 안정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다.
이는 사람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고위험 작업을 AI와 로봇이 대신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조선소처럼 넓은 작업 공간에서 수많은 로봇이 동시에 움직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지연이 거의 없는 통신망이 필수적이다.
이번 사업에는 삼성전자와 솔리드, 아리엘네트웍스, 우리넷, 연세대학교 등도 참여한다. KT는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에 멀티벤더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국내 기업들의 통신장비를 검증하고, 저전력 5G 기술과 기지국 에너지 절감 기술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통신 시장은 단순히 6G 표준 경쟁을 넘어 AI 기반 네트워크 기술 확보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주요 통신사들도 AI를 활용한 자율 네트워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정부 주도의 실증사업을 통해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6G 시대에는 네트워크 속도보다 AI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신망을 운영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업은 국내 장비기업과 통신사가 함께 기술을 검증하는 만큼 K-통신 생태계 확대와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제조업 중심의 AX(AI 전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뿐 아니라 물류, 반도체, 에너지, 건설 등 대규모 산업 현장으로 기술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산업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는 이번 사업에서 확보한 AI 자율 운용 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 고객 대상 AI 전환 사업을 확대하고, 피지컬 AI 시대를 이끄는 AX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KT 미래네트워크Lab장 이종식 전무는 "국내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6G 시대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AI 중심 통신 생태계 조성을 선도하겠다"며 "국내 통신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