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화장품·이차전지까지 성장세… 무역흑자 347억5000만달러
한국 수출이 3개월 연속 9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설비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와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품목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데다 철강, 화장품, 이차전지 등 비(非)반도체 품목까지 수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982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7% 늘어난 규모다. 6월 1022억5000만달러, 7월 988억9000만달러에 이어 8월에도 900억달러를 웃돌면서 역대 월간 수출액 3위에 해당하는 실적을 냈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 역시 44억7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72.5% 늘어난 것으로, 일평균 수출액이 4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4개월째다.
수출 호황의 가장 큰 동력은 반도체였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466억5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09% 급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6월 448억달러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7월 410억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400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것도 특징이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성능 메모리를 비롯한 AI 인프라용 반도체 수요가 확대된 것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구글과 아마존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출 규모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컴퓨터 관련 수출도 크게 뛰었다. 8월 컴퓨터 수출은 62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19.5% 증가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사용되는 낸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액은 18억8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1.2% 늘었다. 갤럭시 S26과 갤럭시 Z폴드·플립8 등 신제품 판매 확대가 영향을 미치면서 관련 수출은 10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반도체 이외 품목에서도 고른 성장세가 나타났다. 이차전지 수출은 24%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리튬 등 주요 광물 가격 회복과 전기차용 신규 제품 주문 확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활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철강 수출도 21억1000만달러로 7.9%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의 저율관세할당(TRQ) 도입 영향으로 유럽 지역 수출에는 부담이 있었지만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따른 판재류와 철강재 수요가 늘면서 전체 수출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소비재 수출에서도 K콘텐츠의 영향력이 이어졌다. 화장품 수출은 52.1% 증가한 13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8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바이오헬스 수출 역시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공급 확대 등에 힘입어 22.3% 증가한 1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 수출 흐름도 강했다. 중국 수출은 반도체와 일반기계 수출 증가에 힘입어 119.3% 늘어난 241억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 수출은 89.3% 증가한 165억달러로 집계됐다. 자동차 수출은 부진했지만 반도체와 컴퓨터를 중심으로 수출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아세안 지역 수출도 75.4% 증가한 190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며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자동차와 선박은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 수출은 주요 업체의 하계휴가 시점 변화에 따른 기저효과와 일부 생산 차질 등의 영향으로 29.8% 감소한 38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선박 수출도 인도 물량 감소의 영향으로 45.9% 줄었다.
수입은 635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5% 증가했다. 원유는 수입 물량이 3% 감소했지만 수입단가가 26% 상승하면서 전체 수입액은 21.2% 늘어난 83억달러를 기록했다.
첨단산업 투자와 연결된 수입도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은 117.3% 늘었고 비철금속 수입 역시 27.6%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생산 확대와 함께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설비 및 원자재 확보가 활발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이 수입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347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보다 흑자 규모가 283억4000만달러 확대됐으며, 3개월 연속 3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이어갔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2025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22억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수출 흐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동시에 반도체 외 산업으로 성장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라는 글로벌 산업 변화가 메모리 반도체와 SSD, 서버 관련 부품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화장품과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도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수출 호조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대외 변수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주요국의 보호무역 조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등이 국내 수출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의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높은 반도체 수출 실적에 안주하기보다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8월 수출 실적은 한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AI와 반도체 산업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반도체가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새로 쓰는 가운데 비반도체 품목까지 성장세에 가세하면서 하반기 한국 수출이 연간 기록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