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설치·서비스 통합 친환경 시장 선점
경동나비엔이 공기열 보일러 실외기의 국내 양산에 들어가며 히트펌프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탄소중립 정책과 함께 가스 중심의 난방 시장이 전기 기반 고효율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에 대비해 제품 생산부터 설치와 사후관리까지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경동나비엔은 23일 평택공장에서 공기열 보일러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존 국내에서 생산하던 축열조와 통합 제어기 ‘나비엔 히티허브(HEATY HUB)’에 이어 실외기까지 자체 생산하면서 히트펌프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를 국내에서 생산·공급하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번 양산은 난방과 온수 분야의 전기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는 방식 대신 공기 등 주변 열원을 활용하는 히트펌프가 차세대 친환경 난방 기술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난방 전기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나선 가운데 경동나비엔은 지난 5월 제주에 ‘나비엔 난방 전기화 센터’를 열고 현지 실증에 착수했다. 이어 6월 공기열 보일러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 국내 생산체계 구축까지 완료하며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평택공장에서 생산하는 공기열 보일러 ‘PEM550’은 전기를 이용해 외부 공기에 포함된 열에너지를 물로 전달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고효율 친환경 시스템이다.
친환경 냉매인 R32를 적용해 기존 냉매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를 68% 낮췄으며, 난방 SCOP는 최대 5.2 이상을 구현했다. SCOP는 실제 계절별 사용 조건을 고려한 난방 효율 지표로, 최대 5.2 수준은 투입 전력 대비 5배 이상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효율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히트펌프가 탄소중립 시대의 난방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보일러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력 기반 난방은 전력 생산 방식에 따라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릴 경우 친환경 난방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동나비엔은 기존 보일러 사업에서 쌓은 난방·온수 기술을 공기열 보일러에 접목해 차별화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난방과 온수를 통합 제어하는 ‘나비엔 히티허브’를 적용해 유량과 온도를 정밀하게 조절한다. 이를 통해 순간식 가스온수기 수준의 온수 품질을 구현하고 최대 65℃의 고온수 공급도 가능하도록 했다.
필요할 때만 온수를 가열해 공급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사용하지 않는 물을 장시간 고온으로 저장하는 방식과 달리 온수 사용 시점에 맞춰 가열하기 때문에 레지오넬라균 번식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에서 히트펌프 시스템의 주요 구성품을 통합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히트펌프 시스템은 외부 공기에서 열을 얻는 실외기와 열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축열조, 유량과 온도를 조절하는 제어장치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경동나비엔은 이들 핵심 설비를 모두 국내에서 생산·공급하면서 품질 관리와 시스템 간 호환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부품과 장비 간 통합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제품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설치 이후 유지보수 과정에서도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주택에 설치된 난방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다. 기존 보일러의 난방 배관과 각방 제어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신규 설비를 대규모로 교체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기존 주택의 난방 전기화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히트펌프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치 전문인력과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히트펌프는 기존 가스보일러보다 시스템 구조가 복잡하고 건물 특성에 따른 설계와 시공 역량이 요구되는 만큼 설치 품질이 소비자 만족도와 시장 확산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은 이 같은 시장 특성을 고려해 제품 생산과 함께 설치·서비스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제주에서 운영 중인 난방 전기화 센터를 통해 실제 사용 환경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전국 보급을 위한 표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국 대리점의 설치 역량을 높이기 위한 ‘NRP(Navien Renewables Partner)’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표준화된 설치 매뉴얼과 실습 교육을 제공하고 설치 품질 인증제와 전문 기술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국 단위의 시공 품질을 균일하게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경동나비엔이 기존 보일러 시장에서 축적한 브랜드 인지도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히트펌프 시장으로 확장할 경우 국내 난방 전기화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생산·설계·시공·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전략은 히트펌프 시장의 초기 성장 단계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히트펌프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초기 설치비 부담과 전력요금, 주택별 설치 환경 차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 정책과 전기요금 체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이 시장 성장 속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경동나비엔은 아시아 최초 콘덴싱보일러 개발을 통해 고효율 난방 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히트펌프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생산체계와 현장 실증, 전문 설치인력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 난방 전기화 시대에 대응하는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