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막을 대안, 햇빛연금을 지속시킬 '지역에너지 자립특구'
지방소멸 막을 대안, 햇빛연금을 지속시킬 '지역에너지 자립특구'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7.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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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옥 법학박사, 전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

 

글 |  백두옥 법학박사( jadebeck@hanmail.net)
전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

지방소멸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농촌과 어촌, 산촌에서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수십 년 동안 산업단지 조성, 창업지원, 지역특화산업 육성 등 수많은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인구감소는 멈추지 않았다. 현장에서 35년 동안 지역산업정책을 추진하며 얻은 결론은 분명하다. 시설은 남았지만 사람은 떠났고, 보조금은 남았지만 지속 가능한 소득은 남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대해 1년 거치, 19년 분할상환 방식의 금융지원을 도입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농지, 금융, 전력거래, 주거개선, 조달제도까지 연계한 범부처 차원의 '지역에너지 자립특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처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부처에서는 "19년 장기 상환은 자금 회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재정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책금융은 회전율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지방이 직면한 문제는 재정 효율성보다 생존이다. 발전수익의 대부분이 원리금 상환에 투입되는 구조에서는 주민 배당도, 복지 재원도, 청년 정착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해결책은 장기 융자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연동형 금융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수 마을에는 장기 저리 혜택을 유지하고, 성과가 부진한 사업에는 개선 의무를 부과하면 재정 건전성과 자립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농식품 분야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확대가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농지는 국가의 마지막 보루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람이 없는 농지가 식량안보를 지킬 수는 없다. 농촌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지를 묶어두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장기 사용을 허용하되, 작물 생산량 유지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허가를 연장하는 조건부 제도를 도입한다면 농지 보전과 농가소득 확대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산업부와 한전은 소규모 전력 직거래가 전력망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많은 소규모 발전원이 연결되면 계통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독일 등 유럽은 이미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수천 개의 소규모 발전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마을형 분산에너지 특구를 시범 운영하고 송배전망 이용료를 감면한다면 지역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국토 분야에서도 히트펌프 지원 확대와 미등기 노후주택 지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사업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불법 건축물 양성화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멸위험지역의 현실은 법 조문보다 더 절박하다. 40년 이상 거주한 고령층의 노후주택을 방치하는 것이 과연 국가의 역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소멸위험지역에 한해 제한적인 특례를 적용한다면 정책 남용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공공 태양광 사업의 최저가 낙찰제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격 경쟁만 강조한 결과 저가 부품과 부실 시공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가격 중심에서 품질 중심의 종합평가 체계로 전환하고, 장기 하자보수 이행보증을 의무화해야 한다.

각 부처의 우려는 모두 일리가 있다. 식량안보도 중요하고, 재정 건전성도 필요하며, 전력망 안정성 역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 더 시급한 것은 지방의 생존이다. 농식품부의 농지 정책, 산업부의 분산에너지 정책, 국토부의 주거정책, 조달청의 공공조달 제도, 전력망 운영체계가 각각 따로 움직여서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 이제는 부처 칸막이를 넘어 농지·금융·전력거래·주거개선·조달·계통정보를 하나로 묶는 범부처 통합형 '지역에너지 자립특구'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

햇빛은 농촌에도, 어촌에도, 산촌에도 똑같이 내린다. 문제는 햇빛이 아니라 제도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는 지원금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주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연금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햇빛연금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국가 생존전략이다.

필자 소개 

백두옥 법학박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으로 35년간 지역산업과 중소기업 정책을 현장에서 이끌어 온 지역혁신 전문가다. 전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 전 창업진흥원장, 전북테크노파크 원장, 단국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지방소멸의 해법을 재생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지역소득 구조에서 찾는 정책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법률과 산업, 행정을 아우르는 융합적 시각으로 실현 가능한 국가 균형발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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