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ㅣ홍승권 변호사의 AI 시대 변호사 역할과 책임
Part 3ㅣ홍승권 변호사의 AI 시대 변호사 역할과 책임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1.3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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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출발점’을 주고, 변호사는 ‘적용’과 ‘판단’을 책임진다

 

글의 순서

Part 1 | 홍승권 변호사의 "AI가 들어온 법조 현장"
Part 2 | 변호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Part 3 | AI와 변호사의 역할 분담

 

글 홍승권 | 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skh@law-pan.com)

흔히들 변호사가 하는 일을 ‘소송’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소송을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소송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뢰인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변호사에게 질문하고, 그 답변을 바탕으로 향후 분쟁을 미리 막고자 한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질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관련 법령을 찾는 것이다. 법령은 가장 강력한 법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행 중인 법령만 해도 수천 개이고, 각 법령마다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조문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칙과 판례까지 고려하면 검토해야 할 자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선배 변호사에게 물어보거나 법령 데이터베이스를 뒤지거나, 주석서·교과서에서 유사 사례를 찾곤 했다. 당연히 시간이 매우 많이 걸렸다. 하지만 요즘에는 우선 챗GPT에게 묻는다. “이런저런 상황인데, 이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법령이 뭐가 있을까?”라고 입력하면, 적용 가능성이 있는 법령을 빠르게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연히 알게 된 채무자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채권을 추심하려고 하는 경우, 어떤 부분이 문제 될 수 있어?”라고 질문하면, 개인정보보호법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 준다. 다만 진짜 중요한 작업은 그다음부터 시작된다. 챗GPT가 제시한 법령이 현재 유효한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령은 수시로 개정되고, AI는 최신 개정 사항을 반영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실제로 챗GPT가 언급한 법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조문 번호를 따라가 보면 이미 삭제되었거나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뀐 사례는 매우 많았다. 그래서 AI가 제시한 정보를 ‘단서’로만 받아들이고, 최종 근거는 반드시 원문으로 검증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그 법령이 의뢰인의 상황에 실제로 적용되는지 판단하는 일이다. 법조문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쓰여 있어, 구체적 사안에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다. 예컨대 AI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시했다면, 문제가 된 정보가 정말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의뢰인의 행위를 개인정보 ‘유출’로 볼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결국 핵심은 “이 사건에서 법이 말하는 요건이 충족되는가”라는 적용의 문제다.

이러한 판단에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고, 그때 중요해지는 것이 판례다. 판례는 법원이 법을 적용한 결과이며, 향후 분쟁이 생겼을 때 최종 판단 역시 법원이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뢰인 사안과 유사한 사실관계를 다룬 판례가 있는지 하급심까지 꼼꼼히 살핀다. 실제로 사안과 정확히 일치하는 판례는 거의 없다. 그래서 최대한 유사한 판례를 근거로 법원이 어떤 사실을 중요하게 보았는지, 어떤 논리로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읽어내어 설득력 있는 근거를 구성해야 한다.

이 지점부터는 챗GPT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챗GPT가 근거로 제시한 판례나 이론을 확인해 보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챗GPT는 나름대로 결론과 근거를 제시하지만, 아직까지는 ‘설득력 있게 근거를 구성하는 작업’과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느낀다. 결국 판례의 정확한 인용과 논리의 설계는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의뢰인의 질문에 대해 법적인 언어로 정제된 주장과 근거가 만들어진다. 그것을 그대로 제시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명확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법률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시는 게 좋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AI와 변호사의 역할을 내 경험에 비추어 정리해 보았다. AI의 역할은 분명 중요하다. 문제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적용될 수 있는 법령의 후보를 빠르게 좁혀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설득력 있게 근거를 구성하는 작업’도 점차 더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책임을 지는 일은, 여전히 변호사의 역할로 남지 않을까. 도구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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