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발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공개했다. 단순히 냉각 장치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메모리 내부 구조 자체에 열 배출 통로를 설계해 고성능·고집적 AI 시스템 구현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26일 HBM 패키지 내부에 일체형 냉각 기술인 ‘iHBM(Integrated HBM)’을 적용한 신기술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iHBM은 열전도성이 높은 실리콘 기반 냉각 소자인 ICE(Integrated Cooling Elements)를 HBM 내부에 직접 배치해 열을 빠르게 외부로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생성형 AI와 초거대 언어모델(LLM) 확산으로 AI 가속기의 연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HBM 역시 더 많은 메모리를 적층하고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성능 향상과 함께 발열이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동작을 위한 열 관리 기술 확보가 업계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HBM과 GPU를 연결하는 D2D(Die-to-Die) 인터페이스 구간은 데이터가 집중적으로 이동하는 영역으로, 열 발생이 가장 높은 부분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HBM은 발생한 열이 여러 층의 다이를 통과한 뒤 외부 방열 구조로 전달되는 방식이어서 냉각 효율에 한계가 있었다.
SK하이닉스의 iHBM은 발열이 집중되는 D2D PHY 영역에 냉각 소자를 직접 삽입해 열이 이동하는 전용 통로를 별도로 확보했다. 열이 우회 없이 곧바로 외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구조를 재설계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패키지 내부 열저항을 기존 대비 30% 이상 낮추고 고온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HBM 적층 수가 증가할수록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데이터 처리 속도 저하뿐 아니라 전력 효율 악화와 제품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iHBM은 단순한 패키징 개선을 넘어 차세대 AI 메모리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양산 경쟁력도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상용화 경험이 있는 Advanced MR-MUF 기반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공정을 적용해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고객사의 시스템 인 패키지(SiP) 환경과도 높은 호환성을 확보해 별도의 대규모 설계 변경 없이 적용 가능한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향후 HBM5를 비롯한 차세대 HBM 제품군에 iHBM 기술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에서 요구되는 초고대역폭·초고집적 환경에 대응하는 동시에 전력 효율과 시스템 안정성을 높여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지개발 담당 부사장은 “iHBM은 첨단 패키징 기술과 메모리 설계 역량을 결합해 구현한 새로운 열 관리 솔루션”이라며 “AI 시대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과 안정성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차세대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