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자사 차세대 AI 플랫폼의 기반으로 채택하며 구글과 다년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공식화했다. 1월 12일(현지시간) 양사는 공동 성명을 통해 다음 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글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 기반으로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애플의 AI 경쟁력 강화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자사 AI 서비스인 ‘Apple Intelligence’와 음성 비서 ‘시리(Siri)’의 핵심 업그레이드를 준비해 왔으나,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출시가 지속적으로 지연돼 왔다. 이번에 구글의 고도화된 제미나이 모델을 채택함으로써 AI 기능의 시장 출시 시점을 앞당기고 경쟁사 대비 역량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애플 측은 “신중한 평가 끝에 구글의 AI 기술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에 가장 적합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원칙은 유지되며, AI 처리는 기기 내 및 애플의 자체 ‘Private Cloud Compute’ 환경에서 실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력의 중심에는 시리의 대대적 개편이 있다. 차세대 시리는 2026년 봄 또는 3~4월 iOS 업데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보다 맥락적이고 유용한 응답, 여러 앱 간 작업 처리 등 고급 AI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이번 계약을 통해 애플 생태계의 방대한 기기 사용자 기반에 AI 기술을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 소식에 힘입어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 한때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업 가치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휴가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글로벌 AI 경쟁 구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OpenAI, 메타, 엔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구글의 AI 플랫폼이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iOS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게 되면서 모바일 AI 인프라 주도권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일부 업계 인사들은 이번 협력을 두고 애플이 AI 개발에서 독자 구축 전략에서 협업 중심 전략으로 기조를 전환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체 AI 모델을 개발해 왔음에도 결국 구글과의 협력을 택했다는 점은 AI 경쟁이 예상보다 치열해지고, 기술 성숙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연합이 기술 거대 기업 간 힘의 균형과 규제 리스크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애플의 기존 OpenAI와의 협력 관계가 어떻게 유지될지도 향후 주목되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