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들과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모인다. 메모리 반도체와 AI 가속기, 생성형 AI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번 회동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AI 산업을 둘러싸고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비해 실제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이른바 ‘AI 피크아웃’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이 직접 중장기 투자 전략과 기술 협력 방안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22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국내외 주요 기업인과 AI 연구진 등 1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참석하고, 글로벌 빅테크 업계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업인 간 친교를 넘어 AI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이 기술과 투자 전략을 직접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국내외 기업 간 업무협약(MOU) 체결이 예정돼 있으며, AI 분야 주요 리더들이 참여하는 토론도 진행된다. 각 기업은 AI 혁신 전략과 향후 투자 계획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의 핵심은 AI 산업의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주요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메모리 업체다. 엔비디아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로 꼽힌다. 여기에 네이버와 오픈AI, 앤트로픽은 생성형 AI 모델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경쟁하고 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협력할 경우 AI 산업 전반의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AI 모델의 성능이 향상될수록 이를 구동하기 위한 고성능 반도체와 메모리,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을 공급하고 있으며 차세대 AI 가속기 시장을 겨냥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향후 AI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 심화될수록 HBM의 용량과 속도, 전력 효율을 둘러싼 기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픈AI와의 협력 가능성도 주요 관심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픈AI의 AI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에서 메모리 공급망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으며,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추진하는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와도 연결돼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와 서버, 전력 인프라 등을 둘러싼 협력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AI 인프라 공급망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네이버 역시 이번 행사에서 AI 인프라와 관련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AI 기술력과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AI 팩토리 등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만남은 최근 글로벌 AI 시장에 번지고 있는 투자 지속 가능성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면서 시장에서는 이 같은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AI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도 경쟁 구도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AI 모델의 성능이 빠르게 상향 평준화될 경우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진행된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검색과 업무 자동화, 콘텐츠 제작,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AI 모델의 성능 경쟁이 이어질수록 더 많은 연산 능력과 메모리 대역폭이 필요해 AI 칩과 HBM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이번 AI 서밋은 한국과 미국의 AI 산업을 연결하는 공급망 협력을 넘어, AI 생태계의 다음 단계가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강점을 AI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역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AI 모델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AI 칩과 메모리, 데이터센터, 생성형 AI 서비스로 이어지는 한미 간 협력 구조가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이 일시적인 투자 열풍을 넘어 실제 산업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이번 만남이 글로벌 AI 시장의 새로운 협력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