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 경쟁, 승부는 기술에서 ‘경제’로 옮겨갔다
캐나다 잠수함 경쟁, 승부는 기술에서 ‘경제’로 옮겨갔다
  • 연철웅
  • 승인 2026.02.0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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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장관 거제 발언이 던진 질문은 “누가 더 좋은 잠수함인가”를 넘어 “누가 캐나다 안에서 산업을 만들 수 있는가”였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월 2일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방문했다. 그는 캐나다 CPSP 프로그램에 제안된 장보고-III 2차 배치형 선도함 모형에 대한 설명을 관심 있게 듣고 있다. / 사진=한화오션 제공.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은 성능 비교를 넘어선 차원에서 점차 논의되고 있다. 2일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방문한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부 장관은 경쟁 잠수함들이 캐나다 해군의 필수 요건을 충족할 경우, 선정은 세 가지 실질적 평가 기준—비용, 인도 일정, 캐나다에 창출되는 실질적 경제적 이익—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퓨어 장관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명확했다. 잠수함이 해군의 필수 요구조건을 충족한다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승부처는 비용과 일정, 그리고 캐나다 경제에 남기는 실질적 효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 사업을 ‘국가 간 경쟁(G2G)’으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잠수함은 계약서 한 장으로 끝나는 품목이 아니다. 운용과 정비, 부품·업그레이드, 훈련 체계까지 포함해 수십 년간 관계가 고정된다. 결국 캐나다가 묻는 질문은 “누구의 플랫폼이 더 낫나”가 아니라 “누구와 장기적으로 함께 갈 수 있나”로 바뀐다.

캐나다가 원하는 것은 ‘자국에서 창출될 수 있는 경제적 기회

퓨어 장관이 반복한 키워드는 ‘경제적 기회’였다. 캐나다가 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국면에서, 일자리와 산업 기회는 부수효과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올라왔다는 신호다. 그래서 문화적 차이나 협업 방식의 차이는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판단을 분명히 했다. 가치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다면, 최종 기준은 결국 “캐나다에 가장 큰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는가”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캐나다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오프셋(상쇄) 수준을 넘어선다. 퓨어 장관은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강조하며, 캐나다 기업과 노동자가 참여하는 구조를 원한다고 밝혔다. 즉 ‘캐나다 밖에서 만든 제품을 사오는 방식’이 아니라, 캐나다 안에서 산업과 역량이 형성되는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증명해야 할 것은 ‘스펙’이 아니라 ‘현지화의 설계도’다

이제 경쟁국이 제출해야 하는 것은 제원표보다 ‘캐나다 산업 스토리’다. 한국이 승부를 보려면, 예측 가능한 납기, 측정 가능한 비용 통제, 품질과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현지화 구조를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캐나다가 실제로 확인하려는 질문도 구체적일 수밖에 없다.

  • 고부가가치 공정은 캐나다의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행되는가. 그리고 그것이 계약으로 어떻게 보장되는가
  • 캐나다 내 투자(설비·인력·교육)의 규모와 시점은 어떻게 명시되는가
  • 캐나다 공급망은 어떤 기준으로 검증·인증되며, 표준은 누가 관리하는가
  • 공동 수행의 거버넌스는 어떻게 설계되고, 분쟁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해결되는가
  • 생애주기 지원(훈련·정비·업그레이드)의 핵심 기능 중 무엇이 캐나다 안에 남는가

이 질문에 대해 ‘구호’가 아니라 집행 가능한 구조로 답하지 못하면, 경제 논리는 쉽게 정치적 수사로 전락한다. 퓨어 장관의 발언은 오히려 반대다. 캐나다가 원하는 것은 약속이 아니라, 약속을 실제로 실행하게 만드는 ‘경제 아키텍처’라는 메시지다.

거제에서 나온 메시지를 그대로 읽으면, 캐나다가 진행 중인 경쟁은 이렇게 정의된다.

잠수함의 경쟁이 충족되면 다음 단계는 산업 시스템의 경쟁이다.
마케팅의 경쟁이 아니라 납기·비용·거버넌스의 신뢰 경쟁이다.
단기 상쇄의 경쟁이 아니라 수십 년 파트너십의 설계 경쟁이다.

그래서 퓨어 장관은 이 사업을 G2G로 말한다. 승자는 캐나다의 방위 준비태세와 산업 지형에 ‘오랫동안’ 자리 잡는다. 캐나다가 사는 것은 두 가지다. 잠수함 함대와, 그 함대를 정치적으로·경제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장기 경제 관계다. 그리고 지금, CPSP 레이스에서 더 결정적인 구매는 후자일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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