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 어떻게 보유자산이 됐나… 서울에서 두바이까지, 세계 도시의 공통 구조
주택은 어떻게 보유자산이 됐나… 서울에서 두바이까지, 세계 도시의 공통 구조
  • 정연수
  • 승인 2026.04.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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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높고 낮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 유입, 보유 지속력, 제한된 공급이다.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시장은 거주재 시장에서 자산 보유와 증식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시장은 더 이상 지역별 생활재 시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서울·뉴욕·토론토에서 먼저 선명해진 변화는, 주택이 사는 공간을 넘어 자산을 보유하고 증식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제 시장의 방향은 단순한 가격 수준보다 어떤 자본이 유입되고, 누가 더 오래 보유할 수 있으며, 공급 여력이 얼마나 제한돼 있는지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서울이 먼저 보여준 변화… 규제보다 강한 자금 재배치

서울은 이 흐름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시장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강남권 일부는 소폭 조정을 받는 반면 비강남과 중저가 진입 구간에는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 이는 정책이 시장 전체를 일괄적으로 누르기보다 자금과 수요의 이동 경로를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강남구는 3월 말 기준 -0.22%, 서초구는 -0.02%를 기록했고, 4월 중순에도 강남·서초·송파는 약세를 이어갔다. 반면 강북권과 외곽, 특히 15억 원 이하 진입 구간에서는 수요가 다시 살아나며 일부 지역의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서울 시장이 더 이상 단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주거 시장이 아니라, 자산 접근성과 보유 가능성에 따라 자금이 재배치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전체 시장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논리를 보여준다. 3월 기존 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3.6% 감소한 연율 398만 채로 내려왔고, 재고는 136만 채로 4.1개월치에 그쳤다. 같은 시기 기존 주택 가격의 중심값은 40만 8,800달러(약 6억 500만 원)로 1년 전보다 1.4% 올랐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4월 중순 6.3% 수준이었다. 거래는 줄었지만 가격이 크게 꺾이지 않는 이유는, 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고정한 기존 보유자들이 매도를 미루는 이른바 ‘모기지 락인’이 공급을 묶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이 생활재보다 장기 보유 자산으로 인식될수록 이 구조는 더 강해진다.

뉴욕은 미국 평균보다 훨씬 강한 자산 편중 시장이다. 맨해튼은 2026년 1분기 거래 종결 건수가 2,757건으로 전년 대비 1% 늘었고, 거래총액은 62억 달러로 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격의 중심값은 약 128만 달러(약 18억 9,400만 원)로 9% 상승했다. 서울에서 규제가 고가 지역을 누르며 자금이 비강남으로 이동한다면, 뉴욕은 고가 자산시장의 거래가 전체 가격 지표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더 뚜렷하다. 주택이 주거 공간이라기보다 상위 자산 시장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미·유럽의 공통점… 거래가 줄어도 가격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

캐나다는 토론토와 밴쿠버 모두 조정 국면을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거주재’보다 ‘보유자산’의 성격이 강하다. 비교의 편의를 위해 소형 콘도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토론토의 3월 콘도 아파트 평균가격은 64만8,287 CAD(약 7억500만 원)였고, 메트로 밴쿠버의 아파트형 소형 주택 벤치마크 가격은 70만6,700 CAD(약 7억6,900만 원)였다. 같은 시기 토론토 광역권 전체 평균 매매가격은 101만7,796 CAD(약 11억700만 원), 밴쿠버 전체 주택 벤치마크는 110만4,300 CAD(약 12억100만 원)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밴쿠버의 단독주택 벤치마크는 185만 4,800 CAD(약 20억 1,800만 원)로 아파트형 주택과의 격차가 크다. 다만 3월 캐나다 주택 착공은 연율 23만5,852호로 전월 대비 6% 감소했고, 거래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가격 조정이 일부 진행되더라도 공급 캐파가 충분히 늘지 못하면 대도시의 자산 보유 논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는 캐나다 역시 주택이 실수요 소비재보다 보유 자산으로 더 강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과 유럽은 급등보다 ‘가격 유지력’이 더 중요해진 시장이다. 영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26만 8,000파운드(약 5억 3,500만 원)이고, 런던 전체 평균은 55만 4,000파운드(약 11억 6,000만 원)다. 다만 아파트형 비교에 가까운 런던 플랫·메종넷(flat·maisonette) 평균 가격은 43만 1,000파운드(약 8억 6,000만 원)로 집계됐다. 런던은 연간 기준 -1.7%의 조정 국면이지만, 현금 매수 평균가격은 58만9,000파운드(약 11억7,600만 원), 모기지 매수 평균가격은 54만7,000파운드(약 10억9,200만 원)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에도 현금 동원력이 시장 하방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유럽 역시 주택이 금융자산처럼 작동하는 구조가 강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방향은 다르지 않다. 독일은 2025년 3분기 기존 주거용 부동산 평균이 ㎡당 3,499유로였고, 이를 중형 아파트 85㎡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9만 7,000유로(약 5억 1,600만 원) 수준이다. 프랑스는 2025년 말 기존 주택 평균 가격이 ㎡당 약 2,500유로로 추정돼, 같은 85㎡ 기준으로 보면 약 21만 2,500유로(약 3억 6,900만 원) 정도다. 유럽은 금리 상승기에도 현금 보유층과 고소득층, 기관자금이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가 강해지고 있으며, 이는 주택의 자산화가 제도권 금융 구조 안에서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도쿄·상하이·두바이가 드러낸 핵심… 공급 희소성과 글로벌 자본의 흡수력

일본은 가격보다 공급 감소 신호가 더 강하다. 2025회계연도 기준 도쿄 23구의 신규 분양 맨션 평균 가격은 1억3,784만 엔(약 12억8,200만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가나가와도 신규 분양 맨션 평균 가격이 7,481만 엔(약 6억9,600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1억 엔 이상 고가 물량은 5,669가구로 늘었고, 2026년 도쿄권 신규 분양 공급 예상은 2만3,000가구로 50년 만의 최저 수준에 가깝다. 장기 저금리와 도심 희소성이 겹치면서 신규 공급이 줄수록 기존 자산의 희소가치가 더 커지는 전형적인 보유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전국 평균으로 보면 아직 하강 국면이지만, 핵심 도시는 다시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3월 중국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4% 하락했지만, 상하이는 같은 달 신규주택이 0.3%, 기존주택이 0.4% 올랐다. 전국적 침체 속에서도 1선 도시는 먼저 안정화되고, 하위 도시와 개발업체는 부담을 더 크게 떠안는 이중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국가 전체보다 핵심 도시의 자본 수용력이 가격 형성을 더 강하게 좌우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두바이는 글로벌 자금의 이동성이 주택시장에 그대로 새겨지는 사례다. 두바이 토지부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부동산 거래액은 2,520억 디르함(Dirham, 약 100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고, 거래량도 6% 늘었다. 투자자 수는 4만 8,448명으로 8% 증가했고, 신규 투자자는 2만 9,312명으로 14% 늘었다. 서울·뉴욕·토론토가 기존 보유자와 제한된 공급이 가격을 지지하는 시장이라면, 두바이는 외부 자본의 신규 유입 자체가 가격과 거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시장이다. 주택이 글로벌 자본의 이동 경로로 기능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서울과 북미를 포함한 주요 도시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단순히 집값이 높다는 데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주택이 오래전부터 자산이기는 했지만 이제는 거주의 수단을 넘어 자산 보유와 증식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구조가 한층 더 뚜렷해졌다는 데 있다. 어느 도시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고, 어느 계층이 더 오래 보유할 수 있으며, 어느 시장이 공급을 더 늦게 늘리느냐에 따라 가격과 접근성이 달라지는 구조가 선명해지고 있다.

서울은 정부 규제에도 자금이 가격대별로 재배치되고, 뉴욕은 고가 자산시장이 지표를 끌어올리며, 토론토와 밴쿠버는 거래가 둔화돼도 자산 보유 논리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주요 도시의 주택시장은 이제 생활재 시장이라기보다, 도시별 자본 수용력과 보유 캐파를 겨루는 글로벌 자산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시장은 ‘사는 집’의 시장에서 ‘보유하는 자산’의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 비교를 위해 각국의 가격은 가능한 한 중형 및 소형 아파트 또는 이에 준하는 현지 주택 유형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서울은 아파트 시장, 뉴욕은 맨해튼 아파트 시장, 토론토는 콘도 아파트 시장, 밴쿠버는 아파트형 주택(apartment home), 런던은 플랫·메종넷(flat·maisonette) 시장, 도쿄는 맨션 기준을 사용했다. 별도의 보충 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전체 주택 평균 또는 벤치마크 가격을 함께 제시했다.

환산 기준은 2026년 4월 22일 전후 환율을 적용한 대략치로, 1달러는 약 1,480원, 1캐나다달러는 약 1,088원, 1파운드는 약 1,996원, 1유로는 약 1,736원, 1엔은 약 9.30원, 1디르함(Dirham)은 약 400원을 기준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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