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의 핵심 변수로 흔히 반도체와 전력이 언급된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확장이 가속되면서 또 하나의 자원이 산업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물이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이미 연중 일정 기간 물 부족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산업 수요 증가로 물 공급 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물이 새로운 전략 자원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심화되는 물 부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물 부족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는 1인당 가용 수자원이 국제 기준의 물 부족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농업과 도시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인도 역시 빠르게 악화되는 물 문제를 겪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도 주요 도시의 지하수 자원이 향후 수십 년 안에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도 물 부족은 중요한 정책 이슈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등지에서는 장기 가뭄과 인구 증가로 물 배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산업 시설의 물 사용은 지역 정책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물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한 정책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남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농업 생산과 에너지 생산이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많은 국가로 분류되지만, 인구 밀도와 계절별 강수 편차 때문에 실제 이용 가능한 수자원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여름 집중호우와 겨울 가뭄이 반복되는 구조 때문에 물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정책 과제로 남아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만든 새로운 수요
이러한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 확장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냉각 시스템을 위해 상당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하며, 일부 시설은 하루 수백만 리터의 물을 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은 전력 소비 문제와 함께 산업 정책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물 부족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산업 경쟁의 새로운 자원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센터만이 아니다. 산업과 물자원의 관계다. 반도체 공장, 화학 공장, 발전소 등 주요 산업 역시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AI 인프라는 이러한 기존 산업 구조 위에 추가되는 새로운 수요다.
기술 경쟁이 심화될수록 산업은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한다.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지금, 물 문제는 환경 이슈를 넘어 경제와 산업 전략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AI 시대의 인프라 경쟁은 결국 전력, 반도체, 데이터, 물이라는 네 가지 자원 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