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인 하셀은 새벽이 밝아오는 몬태나주 미줄라에서 야생생물학자 리처드 L. 허토(동료들은 ‘딕’이라 부른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몬태나대학교 야생생물학 명예교수인 그는 거의 반세기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주제를 연구해왔다. 바로 ‘대형 산불’이다. 그러나 허토가 본 것은 파괴가 아니라 ‘재생’이었다.
1977년 대학원을 갓 마치고 몬태나에 온 허토는 처음엔 침엽수림의 조류 생태에 매료돼 있었다. 그러나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이 그의 연구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는 예상치 못하게 산불이 생태계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창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허토가 ‘화재 생태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관찰에서 비롯됐다. 몬태나 숲을 휩쓴 대형 화재 이후,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 조류는 불탄 지역에서도 단순히 살아남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이전보다 더 번성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검은등딱다구리(black-backed woodpecker)’는 그의 연구의 핵심 종이 되었다. 이 새는 불에 탄 숲의 나무껍질 밑에서 서식하는 딱정벌레 유충을 먹으며 살아가는, 산불 의존적 종이었다.
하셀은 최근 팔리세이즈 산불과, 심각한 산불을 생태적 재앙으로 보는 대중의 인식에 대해 질문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란 허토는 오랜 연구를 통해 이러한 통념을 바꾸려 노력해왔고, 특히 침엽수림을 중심으로 열정적으로 답했다.
그는 미디어 보도에서 자주 놓치는 중요한 차이를 강조했다. “화재는 인간의 기반 시설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비극이죠. 하지만 생태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심각한 산불은 ‘파괴’가 아니라 ‘변화’입니다.” 허토는 불이 숲과 종(種)의 진화 과정에 필수적인 힘이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식물, 곤충, 조류가 산불을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산불 없이는 생애주기를 완성할 수 없다.
그는 인간의 비극과 생태적 과정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우리는 팔리세이즈처럼 불이 나는 지역에 집을 짓고, 화재가 ‘자연스럽게’ 발생하자 놀랍니다. 진짜 문제는 불이 아니라, 우리의 토지 이용 방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산불 예방을 위해 숲바닥을 청소해야 한다”고 말한 발언에 대해 허토는 “생태계 기능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료(낙엽이나 고사목) 감소는 마을 근처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화재 의존적 숲에서 불을 없애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이자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열대우림에서 비를 없애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또, 과학 연구와 실제 정책 사이의 괴리에 대해 깊은 답답함을 표했다. 수십 년간의 연구가 보여주듯, 일정 조건하에서의 산불은 생태계 회복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토지 관리 기관은 여전히 ‘진화된 억제’ 대신 ‘즉각적인 진화적 진압’을 선택한다.
허토는 그 원인을 100년 넘게 이어진 ‘스모키 베어(Smokey Bear)’ 캠페인에서 찾는다. 이 캠페인은 여러 세대에 걸쳐 “모든 불은 나쁘다”는 메시지를 각인시켰고, 이는 일반 대중, 정책 입안자, 현장 관리자 모두에게 깊이 뿌리내렸다. 그는 이 인식을 바꾸는 일을 ‘두 번째 인생의 과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학술논문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허토는 라디오, 신문, 잡지, 공공포럼을 통해 일반 대중과 소통하며 ‘과학의 언어’를 일상 언어로 옮기려 노력해왔다.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수백 명의 전문가만 읽습니다. 하지만 숲 정책에 투표하는 사람들, 불이 잘 나는 지역에 집을 짓는 사람들이 진짜 변화의 주체죠.”
리처드 L. 허토는 1977년부터 2014년까지 몬태나대학교에서 생물학과 야생생물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조류 생태학 전반을 연구했지만, 특히 대형 산불 이후 회복된 침엽수림 생태계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형 산불의 자연스러움과 필연성’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방향으로 연구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는 라디오, TV, 신문, 잡지, 책, 웹 플랫폼 등을 통해 연구 결과를 널리 알리며, 과학적 이해와 대중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데 힘써왔다.
레이인 하셀은 철학자이자 과학기술·사회 연구자이며, 현재 방콕 출라롱콘대학교 과학기술사회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리핀 민다나오의 노스밸리칼리지 Bioregional Letters 연구자이자 도쿄 아시아연구소의 ‘3E(Energy, Economy, Environment)’ 연구진에도 속해 있다. 과거 숙명여자대학교 융합연구 교수, 성균관대학교 나노기술연구소 연구교수, 마히돌대학교 의대 강사, 버지니아대학교 의대 연구원 등을 역임했으며, Korea IT Times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