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공동 취재팀
COMPUTEX 2026에서 한국은 총 39개 기업이 참가했지만, 현장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 기술기업들의 활약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InnoVEX 스타트업 존과 TaiNEX 전시장에 자리 잡고 저전력 Edge AI, NPU, 로보틱스, AIoT 기술을 선보이며 “AI를 실제 현장에서 쓰이게 하자”는 Physical AI 흐름을 구체화하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부스를 돌며 만난 한국 중소 기술기업들의 공통점은, 전력 효율, 실용성, 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가 화면 속 언어 모델에 머물렀다면, 이들 기업은 AI를 카메라, 로봇, 산업 장비, 스마트팩토리, 리테일 현장으로 옮기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DEEPX, 초저전력 NPU의 선두주자
TaiNEX 1 전시장 M1311a 부스에 자리한 DEEPX는 한국 중소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기업 중 하나였다. DEEPX는 초저전력 NPU(Neural Processing Unit) 전문 팹리스 기업으로, DX-M1과 DX-H1 Quattro 등 Edge AI용 AI 반도체 제품군을 전시했다.
DX-M1은 25 TOPS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소비 전력을 1~5 W 수준으로 낮춘 제품이다. DX-H1 Quattro는 100 TOPS급 성능을 구현해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지능형 비디오 감시(VMS), 산업용 임베디드 시스템 등 더 복잡한 Physical AI 환경을 겨냥한다. 부스에서 만난 관계자는 “GPU 대비 20배 이상의 전력 효율을 실현하며, 5년 전기요금 기준 94%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DEEPX가 강조한 또 하나의 기술은 IQ8 Intelligent Quantization이다. 이 기술은 INT8 연산에서도 FP32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추론 성능을 낮은 전력에서 구현하려면 정밀도와 효율 사이의 균형이 중요한데, DEEPX는 이 지점을 Edge AI 상용화의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DEEPX는 산업용 컴퓨터 전문기업 AAEON과 협력해 산업용 임베디드 시스템에 탑재된 데모를 대거 선보였다.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지능형 영상 감시 분야에서 관람객들의 관심이 이어졌고, 현장에서는 AI 연산을 클라우드가 아닌 장비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는 구조가 강조됐다. “Physical AI를 Everyone & Everywhere로”라는 슬로건처럼, DEEPX의 전략은 저가·저전력 AI의 대중화에 맞춰져 있었다.
Mobilint, Edge AI 추론 전문 기업
Mobilint는 이미지 인식과 Edge AI 추론 칩에 특화된 기업이다. COMPUTEX 현장에서는 CCTV, 드론, 자율주행 등 실시간 비전 처리가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소개했다. 특히 글로벌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협력 부스를 운영하며 실제 산업 적용 가능성을 부각했다.
Mobilint의 강점은 저전력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AI 추론 성능을 구현하는 데 있다. 현장에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즉시 처리할 수 있으면 지연 시간을 줄이고 보안 리스크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제조 현장, 보안 카메라, 이동형 로봇, 드론처럼 즉각적인 판단이 필요한 산업 영역과 맞물린다.
Alsemy, AI 반도체 설계 기술 공개
Alsemy Inc.는 저전력·고효율 NPU 개발에 집중하는 AI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차세대 AI 칩 설계 기술을 공개하며 Edge AI 시장의 병목으로 꼽히는 전력 소모와 열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AI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연산 성능 경쟁을 넘어 실제 장비에 탑재 가능한 효율성과 안정성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Alsemy의 기술은 산업용 장비와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AI 추론을 더 낮은 전력으로 수행하려는 시장 수요와 연결돼 있다.
A Barristor Company, 신소재 기반 차세대 반도체
A Barristor Company는 신소재를 활용한 메모리·로직 소자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가 직면한 전력, 발열, 집적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접근이다. Physical AI 시대에는 로봇과 산업 장비, 센서 네트워크가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AI 연산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효율 소자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InnoVEX S0304 부스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와 소자 기술에 관심을 가진 기술 애호가와 업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회사의 전시는 AI 반도체 경쟁이 칩 설계뿐 아니라 소재와 소자 구조의 혁신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3D Architech, 3D 적층 기술 전문 기업
InnoVEX S0724 부스에 자리한 3D Architech는 고밀도 AI 칩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3D 적층 기술을 통해 AI 칩의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칩은 더 많은 연산 장치와 메모리를 좁은 공간 안에 배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칩 간 연결 속도와 발열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된다. 3D 적층 기술은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고 고밀도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AI 컴퓨팅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BWAVE와 COSMOS LAB, 로보틱스·AIoT 강자
BWAVE Inc.와 COSMOS LAB은 로보틱스와 AIoT 분야에서 Physical AI 적용 사례를 선보였다. BWAVE는 InnoVEX S0203a 부스에서 AIoT와 로보틱스 관련 솔루션을 소개했고, COSMOS LAB은 InnoVEX S0304 부스에서 AI 기반 지능형 시스템 개발 역량을 공개했다.
두 기업 모두 산업 자동화와 스마트 인프라 분야에서 AI가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장비를 제어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AIoT는 기존 IoT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준을 넘어, 센서와 네트워크, AI 추론을 결합해 현장에서 판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흐름은 Physical AI가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한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Diden Robotics와 Vyin AI, 서비스 로봇과 로보틱스 브레인
Diden Robotics와 Vyin AI는 서비스 로봇과 로보틱스 지능 분야에서 눈길을 끌었다. Diden Robotics는 로보틱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솔루션을 제시했고, Vyin AI는 Orang Group 계열 기업으로 서비스 로봇 지능, 이른바 로봇 브레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Vyin AI는 Vyin RIS(Retail Intelligence System)를 통해 리테일 분야 로봇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리테일 현장에서 로봇은 단순 이동 장비가 아니라 고객 동선, 매장 상황, 재고 정보, 현장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서비스 로봇 시장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AI 판단 능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Zalman, AI PC 시대의 열관리 솔루션
Zalman은 전통적으로 PC 쿨링과 케이스 분야에서 알려진 기업이지만, 이번 COMPUTEX에서는 AI PC 시대에 맞춘 고성능 열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AI PC와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은 기존 PC보다 높은 연산 부하와 발열을 동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냉각 기술이 필수적이다.
Zalman의 냉각·케이스 기술은 AI 가속기와 고성능 GPU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하드웨어 기반 역할을 한다. 겉으로는 AI 반도체나 로봇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실제 제품 운용 단계에서는 열관리 기술이 성능 유지와 제품 수명, 안정성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분야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보여준 공통 키워드
이번 COMPUTEX에서 만난 한국 중소 기술기업들의 공통 키워드는 저전력, Edge Computing, Physical AI 실용화였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InnoVEX에 집중 배치되어 있었고, 고성능 AI 플랫폼을 보완하거나 대만 기업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NVIDIA Jetson Thor와 같은 고성능 플랫폼이 복잡한 로봇 제어와 대규모 AI 추론을 담당한다면, DEEPX와 같은 초저전력 NPU는 카메라, 센서, 소형 산업 장비 안에서 지속적으로 AI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AAEON 등 대만 하드웨어 기업과의 협력은 한국 중소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양산과 산업 적용 단계로 진입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DEEPX 관계자는 “COMPUTEX는 우리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지 검증하는 최고의 무대”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기술 사양보다 실제 장비 안에서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력은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산업 현장에 얼마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K-AI 생태계의 균형을 보여준 중소 기술기업들
대기업 중심의 메모리·인프라 기술과 중소기업의 유연한 Edge·로보틱스 솔루션이 결합되면서 K-AI 생태계는 보다 균형 잡힌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AI 인프라와 핵심 부품을 담당한다면, 중소 기술기업들은 현장 적용성과 비용 효율성을 앞세워 Physical AI의 실제 구현을 맡고 있다.
이번 COMPUTEX 2026은 한국 중소 기술기업들이 “AI를 말하는 단계”에서 “AI를 움직이는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의 과제는 이제 기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로봇, 스마트팩토리, 리테일, 보안, 산업 장비 등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AI 솔루션을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하느냐가 다음 경쟁의 기준이 될 것이다.
COMPUTEX 2026 TaiNEX 1·2, InnoVEX 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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