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AI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재무 투자 차원을 넘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과의 협력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향후 AI 칩 수주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앤트로픽은 28일(현지시간) 시리즈H 투자 라운드를 통해 총 6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투자 유치 이후 기업가치는 약 9,650억 달러(약 1,440조 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번 투자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 자격으로 참여했다.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은 메모리와 저장장치, 로직 칩 공급망의 핵심 축”이라며 “협력을 통해 AI 컴퓨팅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는 앤트로픽이 공식 발표문에서 ‘로직 칩’을 언급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로직 반도체 생산은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번 투자 참여 기업 가운데 첨단 파운드리 사업을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이다.
<>“클로드용 AI 칩, 삼성 파운드리 맡을 수도”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앤트로픽의 AI 칩 생산 파트너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앤트로픽은 오픈AI와 함께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히며, AI 모델 고도화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AI 연산용 칩 수요가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AI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AI 칩 ‘AI5’와 ‘AI6’ 생산을 수주했고, 기존 AI4 칩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추론 전용 AI 칩 일부 생산과 차세대 모바일 이미지센서 공급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구조적 강점을 앞세워 AI 시대 통합 반도체 공급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확대와 AI 칩 생산을 함께 추진할 경우 고객사 입장에서는 공급 안정성과 최적화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는 설명이다.
<>적자 이어진 파운드리 사업, 반전 계기 될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몇 년간 수율 문제와 대규모 투자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TSMC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 확보와 수익성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AI 시장 확대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첨단 공정 기반의 고성능 칩 생산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HBM4와 HBM4E 개발 속도를 높이며 AI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도 집중하고 있다. AI 메모리와 AI 칩 생산을 동시에 확대할 경우 ‘종합 AI 반도체 기업’ 전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단순한 지분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기업들과 전략적 연결고리를 강화하면서 차세대 AI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 사업 역시 AI 반도체 수요 확대 흐름 속에서 대형 고객 기반을 확보할 경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