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주식을 던지는 것은 시장을 스스로 약하게 만드는 일
미국의 반도체 관세 확대 가능성이 28일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진 결과다.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비용과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관세율과 적용 범위, 시행 시기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가 확정된 악재인 것처럼 받아들여 주식을 서둘러 처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이번 움직임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외국 기업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높은 관세를 제시한 뒤 미국 투자 규모에 따라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이라면 현재의 시장 충격을 기업 가치의 구조적인 훼손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강한 관세 발언으로 상대국을 압박한 뒤 협상 과정에서 조건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최종 정책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투자자라면 주식을 먼저 파는 것보다 관세의 실제 내용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도 함께 봐야 한다. 인공지능 산업 확대로 HBM 등 첨단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쌓아온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기업들은 생산거점과 공급망을 조정하며 대응할 수 있다.
물론 무조건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관세가 확정되고 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악화된다면 투자 판단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관세 검토’와 ‘기업 가치 훼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확인하지 않고 공포만으로 매도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시장 심리에 휩쓸리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생산과 고용,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부담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의 대응도 중요하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와 경제적 기여를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기업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무리한 투자를 결정하기보다 시장 전망과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 투자자 역시 최종 정책과 기업의 대응책을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
증시는 불확실성을 싫어하지만 불확실성을 곧바로 최악의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강한 발언 하나만으로 수년간 쌓아온 기업의 경쟁력까지 평가절하해서는 더욱 안 된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실제 위기로 이어질지, 새로운 협상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주식부터 던지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시장에는 언제나 악재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악재의 크기와 지속성을 냉정하게 따지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낙관도, 무조건적인 버티기도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 카드가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기업의 실적과 경쟁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차분하게 따져야 한다.
공포가 커질수록 투자자는 더 냉정해야 한다. 미국의 압박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협상으로 대응해야 하듯, 투자자 역시 투매가 아니라 분석으로 대응해야 한다. 남들이 판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던지는 순간, 시장의 공포에 자신의 투자 판단을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