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2부 | 상호 속용과 양수인의 책임
3부 | 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
4부 | 회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람
5부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6부 | 형사합의금, 얼마가 적당한가
7부 | 술자리 이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8부 | 프리랜서와 퇴직금
9부 | 사업상 자금 융통으로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주의할 점
10부 |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갔을 때, 이혼할 수 있을까?
11부 | 집주인이 수리를 미룬다면…임대차 계약 해지 가능할까?
12부 | 원사업자가 잠적한 경우, 수급사업자는 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
글 | 홍승권 변호사, 법무법인 판 (skh@law-pan.com)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건물주는 보통 인테리어 업자에게 공사를 맡기고, 인테리어 업자는 도배·전기·타일 등을 시공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다시 일을 맡긴다. 그런데 공사는 모두 끝났는데도 정작 일한 사람들은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건물주에게서 공사대금을 받은 인테리어 업자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리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계약의 당사자는 인테리어 업자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인테리어 업자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받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직접지급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예외가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14조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가 그것이다. 하도급법을 기준으로 보면, 이 조항은 실제로 공사를 수행한 하수급인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발주자(건물주)가 원사업자(인테리어 업자)를 거치지 않고 수급사업자(도배·전기 업자)에게 직접 공사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직접지급청구권이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크게 네 가지 사유가 있는데, 소규모 공사에서 실효성이 큰 경우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원사업자가 지급정지·파산·부도 등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어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한 경우다.
둘째,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2회 이상 지급하지 않아 하수급인이 직접 지급을 요청한 경우다.
보통은 이 가운데 하나에 해당해야 비로소 건물주를 상대로 직접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직접지급청구권도 무제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는 원사업자에게 아직 지급하지 않은 공사대금의 범위에서만 인정된다. 쉽게 말해 건물주가 인테리어 업자에게 공사대금을 이미 모두 지급하고 정산까지 마쳤다면, 이후에는 도배업자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건물주에게서 받을 돈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대금을 받은 뒤 잠적했다는 것은 대부분 건물주가 이미 대금을 지급했다는 의미이므로, 이 경우 직접지급청구권은 사실상 실효성을 잃게 된다.
또 하나 확인해야 할 점은 해당 공사가 하도급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다. 실내 인테리어 공사는 대부분 건설산업기본법상 실내건축공사업에 해당하며, 공사 예정금액이 1,500만 원 이상이면 반드시 건설업 등록을 한 업체만 시공할 수 있다. 직접 시공하지 않고 하도급만 주는 경우에도 건설업 등록은 필요하다. 따라서 무등록 인테리어 업자로부터 공사를 의뢰받았다면 직접지급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직접지급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잠적한 인테리어 업자를 상대로 민사상 공사대금 청구를 해야 한다. 또한 공사대금을 받은 뒤 처음부터 지급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볼 정황이 있다면 사기 등을 이유로 형사 고소를 검토할 수 있다.
정리하면 가장 안전한 방법은 착공 전에 발주자로부터 직불 합의서 등을 받아 두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공사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생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라면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와 연락이 끊기는 즉시 발주자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직접 지급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원사업자에 대한 형사절차를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수급사업자가 고용한 근로자가 있다면 그 임금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44조 제2항에 따라 원사업자 또는 발주자가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함께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홍승권 변호사는 법무법인 판 소속 변호사로 민·형사 소송을 비롯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제기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술 혁신과 재산권 질서, 규제 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