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글로벌 경쟁력 입증하며 존재감 각인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최종 승자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였다. 그러나 이번 입찰은 한화오션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무대로도 평가된다.
유럽 방산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종 후보에 오른 데다, 건조 일정과 산업협력 분야에서는 오히려 경쟁사를 앞서는 제안을 내놓으며 해외 잠수함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넓혔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정부는 6일(현지시간) 차세대 잠수함 조달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TKMS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KMS와 한화오션 모두 캐나다 해군이 요구한 성능 기준을 충족했다"며 "두 제안 모두 매우 경쟁력이 있었지만, 종합 평가 결과 TKMS가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특히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한화오션을 차순위 협상 대상으로 유지한다"고 언급해 한화오션의 제안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분명히 했다.
CPSP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최대 12척의 신형 디젤 잠수함으로 교체하는 캐나다 해군 최대 규모의 현대화 사업이다.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수십 년간의 유지·보수(MRO), 군수지원까지 포함한 총사업비는 약 60조원에 달한다.
캐나다 정부는 성능뿐 아니라 장기간 운용 능력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았다. 평가 비중은 유지·보수 및 군수지원이 50%로 가장 높았고, 성능(20%), 가격(15%), 경제·전략 협력(15%)이 뒤를 이었다.
결국 승부는 '운용 생태계'에서 갈렸다.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운용하는 잠수함 체계를 기반으로 NATO 회원국들과의 상호운용성과 기존 정비망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유럽뿐 아니라 인도·싱가포르 등 해외 거점까지 연결된 군수지원 체계와 북극 해역 운용 경험이 캐나다 정부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화오션은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회사는 경쟁사보다 최대 4년 빠른 납기 계획을 제시했다. 2032년 첫 함정을 인도하고 2035년까지 4척, 2043년까지 전체 12척을 모두 공급하겠다는 일정은 캐나다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경제협력 방안도 공격적이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와 협력해 방산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K9 자주포 등 지상무기 현지 생산과 수소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연계한 산업협력 패키지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연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와 1200억 캐나다달러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함께 내놓았다.
이번 입찰 과정에서 한화오션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글로벌 신뢰도 제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한국 방산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공급자로 인식됐다면, 이번에는 설계·건조·정비·산업협력까지 포함한 종합 방산 파트너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 정부가 TKMS와 한화오션을 끝까지 놓고 저울질했다는 점은 한국 잠수함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최근 폴란드 잠수함 사업인 '오르카(Orka)'를 비롯해 중동과 유럽 국가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번 캐나다 입찰에서 축적한 운용 경험과 제안 모델은 향후 해외 수주전에서 중요한 경쟁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단순한 '수주 실패'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캐나다는 NATO와의 군수지원 체계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 특수한 사례"라며 "한화오션은 비록 최종 계약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기업과 마지막까지 경쟁하며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빠른 건조 능력과 맞춤형 산업협력 모델은 한화오션만의 강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경험은 향후 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들의 잠수함 사업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