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업 이슈로 허송세월한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대장주' 자리 내줬다
[사설] 파업 이슈로 허송세월한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대장주' 자리 내줬다
  • Korea IT Times
  • 승인 2026.06.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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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상징이었던 삼성전자가 결국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25년 넘게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대장주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압도적 우위를 확보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삼성전자가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은 측면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1년여간 파업 논란과 갈등으로 허송세월을 보낸 대가는 너무나 뼈아프다.

삼성전자의 창사 이후 첫 총파업 이슈는 국내 산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물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임금과 처우 개선을 요구할 권리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점과 방식이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AI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순간, 삼성전자는 파업과 노사 갈등, 조직 내 혼란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 사이 경쟁사들은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며 HBM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과감한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 연구개발 집중을 통해 AI 반도체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했다. 결국 시장은 냉정하게 평가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라는 상징적 지위를 SK하이닉스에 안긴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시장 대응이 늦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지연, 고객사 인증 문제, 시장 신뢰 약화 등이 이어지면서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상당 부분 내줬다. 여기에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며 위기 대응에 집중해야 할 조직 역량이 분산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 경쟁력은 기술과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에는 노사 모두가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회사가 흔들리면 일자리와 임금, 미래 성장의 토대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이번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AI와 반도체 패권 경쟁은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계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동안 파업과 갈등에 매몰된다면 피해는 결국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간다.

물론 모든 책임을 노조에만 돌릴 수는 없다. 경영진 역시 HBM 시장 변화에 대한 초기 대응과 전략적 판단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노사 간 신뢰 구축에 실패한 책임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갈등이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전이라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등극은 단순한 순위 변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이 AI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시장이 미래 성장성과 실행력을 얼마나 냉정하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삼성전자가 다시 '초격차'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회복은 물론, 노사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미래를 위한 대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 대장주의 자리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 잃는 데는 한순간이지만 되찾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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