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시장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을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글로벌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로 규정했다.
미국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여 투자 기반을 확대하고, 글로벌 인재 확보와 지배구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AI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미국 테크 전문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식이 거래되면 새로운 인재를 유치할 수 있고 주식을 활용한 다양한 기회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투자자들이 새롭게 주주로 참여하게 되면서 거버넌스 체계도 글로벌 수준에 맞게 재정비했다"며 "이제는 단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발언이 SK하이닉스 ADR 상장의 의미를 단순히 해외 증시 상장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전략적 선택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ADR 상장은 미국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도 SK하이닉스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투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기업가치에 대한 국제 시장의 평가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ADR 상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면 해외 연구개발 인력에게 스톡옵션 등 주식 보상 프로그램을 보다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어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시대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력 확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글로벌 수준의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 회장은 향후 메모리 생산능력을 두 배 가까이 확대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변수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국제 정세 변화나 공급망 불안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AI 산업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재 AI 기술이 아직 완전한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AI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어린아이와 같다"며 "앞으로 5년 정도가 지나면 훨씬 더 성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최 회장은 "더 낮은 비용으로 운영하면서도 더 많은 토큰을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서버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반도체와 네트워크, 전력, 냉각 기술을 통합적으로 최적화해 AI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번 발언이 SK그룹의 AI 사업 방향을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SK하이닉스의 HBM을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경쟁력에 SK텔레콤의 AI 서비스, AI 데이터센터 사업,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를 결합해 AI 밸류체인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 인재 확보, 지배구조까지 모두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