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Part 1 | 홍승권 변호사의 "AI가 들어온 법조 현장"
Part 2 | 변호사는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글 홍승권 변호사 (skh@law-pan.com)
인간의 판단은 이제 기계의 속도와 함께 작동하는 환경에 놓였다. 어느 분야를 가든 AI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개인의 역량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호사로서의 내 업무 역시, 이미 일정 부분 AI와 맞닿아 있다.
내가 ‘AI’라는 개념을 처음 또렷하게 인식한 것은 아주 오래전, 영화 터미네이터를 통해서였다. 그 안에는 ‘스카이넷’이라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정확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스카이넷이 인간을 지구에 필요 없는 존재로 규정하고 핵전쟁을 촉발한다는 설정이 영화의 핵심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처음 접한 AI는 ‘유능함’보다는 ‘공포와 위험’의 상징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AI를 다시 마주했다. 당시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둔 장면이 큰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이세돌조차 1승을 올리는 것이 전부일 만큼 알파고의 능력이 압도적이었다는 사실이 존재했다. 그 순간 나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숨 쉬던 ‘스카이넷’의 한 조각을 현실에서 목격한 듯한 감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로스쿨 민사소송법 수업 시간이다. 챗GPT가 등장하며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교수님은 법조계에 인공지능이 미칠 영향을 설명하시며, 챗GPT와의 문답 사례를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당시 챗GPT는 ‘유류분(遺留分)’을 ‘유류분(油類分)’으로 잘못 해석해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스카이넷’치고는 다소 허술한 실수였고, 덕분에 나는 잠시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변호사로서 일하며 여러 AI 도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챗GPT는 가장 많이 활용하는 도구로 유료 구독 중이며, 제미나이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을 때, 퍼플렉시티는 출처가 필요한 검색을 할 때, 클로바노트는 음성 기록을 정리할 때 사용한다. 여기에 더해 변호사 전용 AI인 ‘슈퍼로이어’도 활용하는데, 스탠다드 플랜의 월 150개 질문을 금방 소진해 월 300개 질문이 가능한 전문가 플랜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어린 시절의 ‘스카이넷’은 이제 내게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되었다.
누군가는 AI 시대의 위기를 말하고, 누군가는 AI가 가져다줄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한다. 법조계는 아직까지는 전자에 조금 더 가까운 분위기인 것 같다.
다만 실무에서 AI를 사용해보며 분명해진 한 가지가 있다. AI는 ‘판단을 대신하는 존재’라기보다, ‘판단의 재료를 빠르게 정리해주는 도구’에 가깝다는 점이다. 판례 검색, 초안 정리, 쟁점 정돈처럼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작업에서는 AI의 효율이 매우 높다. 그러나 사건의 맥락을 읽고, 무엇이 핵심 쟁점인지 가려내며, 어떤 선택이 의뢰인에게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변호사의 몫으로 남는다.
이 칼럼은 바로 그 경계에서 출발한다. AI가 법률 실무의 속도를 바꾸는 동안, 변호사의 판단은 무엇으로 남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지를 기록해보려 한다. 거창한 전망보다 먼저, 현장에서 실제로 AI를 쓰며 겪는 시행착오와 발견, 그리고 작지만 분명한 변화들을 차분히 풀어낼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AI를 도구로 쓰는 변호사’라는 관점에서, 실무의 어디까지 AI가 들어오고 어디부터 사람이 남는지부터 점검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