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Part 1 | 홍승권 변호사의 "AI가 들어온 법조 현장"
Part 2 | 변호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Part 3 | AI와 변호사의 역할 분담
Part 4ㅣAI 법률상담 시대, 변호사와 AI 협업이 필요한 이유
글 홍승권 | 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skh@law-pan.com)
오늘도 내가 주로 사용하는 AI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사건의 구조는 간단하지만, 법리의 출구는 미묘하게 갈릴 수 있는 유형이었다.
“채권자가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해 갖고 있는 채권에 대해 압류추심명령을 받은 뒤 제3채무자로부터 추심금을 수령했어. 그런데 채권자가 추심신고를 하지 않은 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갖고 있는 채권을 근거로 채무자에게 다시 변제를 청구하고 있어. 추심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소멸하지 않은 건 맞는데, 그렇다면 채무자가 채권자의 청구를 거절할 법리적 근거가 있을까?”
결론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았다. 다만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AI가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몇 번 질문을 던졌다. 그 과정에서 오류를 교정할 수 있었고, 결국 처음 내가 생각했던 방향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의 경험은 현재 AI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맞았지만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고, 정확한 답에 도달하려면 몇 차례 교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AI가 잘못 판단한 데에는 내 질문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질문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바쁘기도 하고, 문장을 공들여 쓰는 것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의뢰인도 마찬가지다.
법률 상담 현장에서 의뢰인은 완벽하게 정리된 질문을 들고 오지 않는다. 감정이 섞여 있고, 법률 용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며, 때로는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의도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생략하기도 한다.
변호사는 이런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핵심을 찾아낸다. 그리고 적절한 질문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한다.
그런 점에서 AI와 변호사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AI는 방대한 판례와 법령을 순식간에 검토하고 유사 사례를 찾아내며, 여러 법리적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변호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의뢰인의 구체적 상황에 맞는 전략을 수립한다. 동시에 AI의 오류를 교정하고, 결론을 어떤 방식으로 도출할지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늘의 경험이 바로 그런 협업의 모습이었다. AI가 제시한 초기 답변의 오류를 발견했고, 재질문을 통해 이를 교정했으며, 최종적으로 올바른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AI는 질문을 명확히 이해하는 단계는 물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 자체도 완전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AI가 진정으로 유용한 법률 도구가 되려면, 명확하지 않은 질문 속에서도 질문자가 진짜 묻고자 하는 바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지점이 지금 AI의 숙제이자, 법률 영역에서의 핵심 과제다.
AI가 불완전한 질문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만큼, 변호사도 AI와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AI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유용한 답을 얻을 수 있는지 아는 것, 그 자체가 새로운 역량이 된다.
AI의 답변 중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AI가 놓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법리’를 아는 것만큼 ‘검증’을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AI와 변호사가 함께 나아갈 길은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진정한 의미의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AI는 더 인간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변호사는 AI를 더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 두 축이 함께 갈 때, 법률 서비스는 더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접근 가능한 것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만약 AI가 단순히 법조문이나 판례를 아는 수준을 넘어, 의뢰인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최선의 해법을 찾는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전의 기고에서도 말했듯,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법적으로 가능한 주장이 무엇인지 아는 것보다, 실제로 그 주장을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그때는 이미 지금과는 모든 것이 달라진 사회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이 온다면, 변호사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