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0 | 홍승권 변호사: 가계약금 냈는데 계약이 깨지면? 반환 범위와 해제 기준
Part 10 | 홍승권 변호사: 가계약금 냈는데 계약이 깨지면? 반환 범위와 해제 기준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3.22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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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계약은 소액 선지급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약 약정 유무와 계약 성립 여부에 따라 반환액과 해제 가능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글의 순서

Part 1 | 홍승권 변호사의 "AI가 들어온 법조 현장"

Part 2 | 변호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Part 3 | AI와 변호사의 역할 분담

Part 4ㅣAI 법률상담 시대, 변호사와 AI 협업이 필요한 이유

Part 5ㅣ인공지능 기본법, 무엇이 처벌되나? 과태료 3천만원 적용 기준

Part 6 | 형사전자소송 시작…수사기록 전자화가 관건

Part 7 | 공동대표이사 해임,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Part 8 | 보증금 1,000만 원이면 소액임차인일까…상가 ‘환산보증금’이 기준

Part 9 | 부동산 등기에 공신력이 없다?

Part 10 | 가계약금 냈는데 계약이 깨지면? 반환 범위와 해제 기준

 

글 홍승권 | 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skh@law-pan.com)

계약금이 무엇인지는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계약금은 계약의 성립을 증명하기 위해 미리 지급하는 돈을 말하며, 액수는 정하기 나름이지만 통상 전체 금액의 10% 안팎으로 정해진다. 계약금은 계약 성립의 증거가 되고, 필요할 경우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가계약금은 무엇일까. 이름 그대로 계약금 전부를 지급하기 전에 그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엄밀한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매우 자주 쓰인다.

왜 계약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할 필요가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매매나 주택 임대차에서는 거래금액이 크기 때문에, 계약금 자체도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한 번에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대금이 9억 원이라면 통상 계약금은 9천만 원 수준이 된다. 이 금액을 계약 초기에 전부 지급하기가 부담스러워, 우선 일부만 먼저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가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좋은 매물이 나왔을 때 우선 거래를 묶어 두려는 목적도 있다.

계약금 일부를 먼저 지급한 뒤 계약이 예정대로 이행되면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그 이후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가계약금은 액수만 작은 것이지, 분쟁이 생기면 오히려 더 복잡한 쟁점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9억 원에 매수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계약금은 9천만 원인데, 우선 가계약금으로 2천만 원만 지급했다. 그런데 그 사이 집값이 올랐고, 매수인에게는 곤란한 일이지만 매도인이 더 이상 아파트를 팔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꿨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 또 해제할 수 있다면 얼마를 반환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가계약금 문제의 핵심이 드러난다.

만약 위 사안에서 계약금 9천만 원이 전부 지급된 상태였다면 비교적 간단하다. 매도인은 이미 받은 계약금 9천만 원에 더해 같은 금액 9천만 원을 추가로 반환해, 총 1억8천만 원을 지급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른바 계약금의 배액상환 구조다.

그렇다면 가계약금 2천만 원만 지급된 경우에는 어떻게 볼까. 이때는 몇 가지 단계를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심은 추가 약정이 있었는지, 그리고 법적으로 계약이 이미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지다.

위약 약정이 있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

먼저 가계약금을 지급하면서 별도의 약정을 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가계약을 진행하면서, 일반 계약금과 유사하게 “매도인이 위약하면 배액 상환, 매수인이 위약하면 포기”라는 식의 약정을 함께 두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약정이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된다. 앞선 사례라면, 매도인은 이미 받은 가계약금 2천만 원에 위약금 성격의 2천만 원을 더해 총 4천만 원을 반환해야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별도 약정이 없다면 계약 성립 여부가 관건

반면 가계약은 했지만 위약금 등에 관한 별도 약정이 전혀 없다면, 다음으로는 애초에 계약이 성립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는 계약서 작성 여부와 계약금 수수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가계약 단계에서는 이 부분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만약 아직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본다면, 해제의 문제를 따질 필요도 크지 않다.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이상,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만 반환하면 된다. 위 사례에서는 매도인이 2천만 원만 돌려주면 되는 셈이다.

계약은 성립했지만 위약 약정이 없다면 해석이 복잡해진다

문제는 위약금 약정은 없지만, 계약은 이미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법리 판단이 한층 복잡해진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 가운데는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상황에서 매도인의 계약 해제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설령 해제가 가능하더라도 반환 범위는 가계약금이 아니라 약정된 전체 계약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사례가 있다.

다만 해당 판례가 정확히 어떤 범위까지 해제를 허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애매한 측면도 있다.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이미 받은 가계약금뿐 아니라 약정된 전체 계약금 상당액까지 함께 반환하는 경우에는 해제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본다. 실무적 형평에도 그 해석이 더 부합한다.

그렇다면 앞선 사례에서는 이미 받은 2천만 원에 더해 약정된 계약금 9천만 원을 합한 총 1억 1천만 원을 반환해야 해제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가계약금만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가계약금은 금액이 적다고 해서 법적 의미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약 약정의 존재, 계약 성립 여부, 판례 해석에 따라 반환 범위와 해제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가계약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계약금이 당장 부족하더라도 좋은 매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계약부터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장 관행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가계약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가계약금의 법적 성격과 위약 시 처리 방식만큼은 분명히 정해 둘 필요가 있다. 정식 계약서를 바로 쓰기 어렵다면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대화로라도 남겨 두는 편이 낫다. 실제 분쟁이 발생하면 생각보다 복잡한 법적 쟁점이 얽히므로, 사안별로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저자소개
홍승권은 법률사무소 판의 대표변호사다. 민사·형사 소송은 물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법적 쟁점을 다루고 있다. 기술, 재산권, 규제 정책과 관련한 법률 동향에 대해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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