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크게 올렸다.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국가신용등급 정기 검토를 마친 뒤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5%, 내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달 말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8개 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 3.2%보다도 0.3%포인트 높다.
전망치 상향 폭도 눈에 띈다. 무디스는 지난 2월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했지만 5월에는 2.5%로 높였고, 석 달 만에 다시 1%포인트를 올렸다. 불과 반년 사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포인트 높인 셈이다.
무디스가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의 고급 메모리 공급업체를 단기간에 대체할 기업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1~7월 한국의 상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 무디스는 이 같은 수출 증가가 매우 강력한 반도체 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무디스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지속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이는 수출뿐 아니라 기업 실적과 설비투자 등 국내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도 성장 변수로 꼽았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첨단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수도권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완화할 경우 생산성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재정 여건도 당초 예상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과 세입과 성장률 전망 상향을 고려하면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는 기존 목표보다 0.1%포인트 개선된 3.8%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고음도 냈다.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와 국방·안보 비용,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 부담 등이 재정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별도의 정책 개혁이 없다면 이러한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무디스의 이번 전망은 한국 경제가 당분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반도체 경기의 정점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AI와 첨단 제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재정·인구 구조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