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가 카드업계 최초로 기업 공공 마이데이터를 기업카드 발급 업무에 도입한다. 기업이 증명서를 직접 발급해 제출하는 절차를 없애는 서비스지만, 핵심은 종이 서류를 금융회사가 즉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한다는 데 있다. 기업카드 경쟁의 기준이 혜택과 한도에서 데이터 기반의 심사 속도와 정확성으로 바뀌는 출발점이다.
KB국민카드는 8월 25일 기업 인증과 정보 제공 동의를 거쳐 카드 발급에 필요한 행정정보를 전자적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업무 절차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기업정보 5종과 중소벤처기업부 정보 1종 등 총 6종을 활용해 기업 형태와 재무 관련 사항을 확인한다. 기업 고객의 서류 부담과 함께 영업 현장의 확인·입력·보관 업무도 줄어든다.
공공 데이터와 카드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
기업·공공 마이데이터는 기업의 요청에 따라 행정·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기업 자신이나 지정 기관에 전송하는 제도다. 기업은 사업자등록과 납세, 표준재무제표 관련 정보 등 70여 종의 행정정보를 열람하고 필요한 기관에 보낼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이 가운데 발급 업무에 필요한 6종부터 적용한다.
공공 데이터는 기업의 법적 지위와 재무·납세 이력을 확인하는 데 강하지만 이미 발생한 사실을 기록한다. 반면 카드 데이터는 매출과 비용, 거래 빈도, 업종과 지역의 경기 변화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보여준다. 공공 데이터가 기업의 공식 이력을 증명한다면 카드 결제 데이터는 현재의 영업 상태를 포착한다.
두 데이터를 적법한 동의와 목적 제한 아래 결합하면 중소기업 신용평가의 시간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연간 재무제표만으로는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기업의 변화를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 행정정보에 결제와 매출 흐름을 더하면 기업의 현재 상환 여력과 사업 지속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가맹점 매출과 상권 경쟁력, 기업 신용정보 등을 활용하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서비스 ‘크레딧 트리(Credit Tree)’를 운영해왔다. 기업 공공 마이데이터는 이러한 대안신용평가 경험을 법인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다만 회사가 이번에 발표한 적용 범위는 기업카드 발급 간소화이며, 공공 데이터를 신용평가나 한도 산정에 직접 활용하는 계획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기업카드에서 공급망 금융으로
기업 공공 마이데이터의 잠재력은 발급 시간 단축에 머물지 않는다. 매출과 납세 상태, 거래 안정성을 바탕으로 기업별 한도를 정교하게 조정하면 정보가 부족한 신생·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담보와 과거 금융거래가 부족하더라도 실제 사업 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을 더 일찍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카드가 구매와 정산, 운전자금, 신용평가를 연결하는 공급망 금융의 접점이 될 수 있다. 대기업과 협력사, 유통사와 납품업체 사이의 거래정보에 공공 데이터와 결제 흐름을 더하면 개별 기업의 담보보다 실제 거래를 중심으로 금융을 설계할 수 있다.
다음 과제는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다. 공신력 있는 행정정보에 업종 전환과 투자 확대, 계절적 매출 변동 등 기업별 특성을 함께 반영하면 심사의 정확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기업이 평가에 활용된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도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것이다.
KB국민카드의 기업 공공 마이데이터 도입은 서류 간소화에서 출발했지만, 기업카드 사업을 데이터 기반 금융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장기적인 경쟁력은 공공 데이터와 결제 정보를 활용해 기존 신용평가가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던 기업의 사업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정확하게 발견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