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구하다’는 말로 끝낼 수 없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 금융당국 수장이 책임져야
[사설] ‘송구하다’는 말로 끝낼 수 없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 금융당국 수장이 책임져야
  • Korea IT Times
  • 승인 2026.07.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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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수장들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해 “송구하다”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당국이 정책 실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금융위원장은 “최종 책임자로서 국민의 신뢰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고, 금감원장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증권신고서가 수리된 점을 언급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송구하다’는 말이 아니다. 금융당국 수장이라면 사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고, 왜 그런 판단을 했으며, 그 결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투자에는 손실 가능성이 따르고, 시장의 움직임을 정부가 모두 통제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당국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금융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이 일반 투자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채 고위험 상품이 시장에 확산되고, 그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면 금융당국은 정책과 감독의 적절성을 따져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을 배수로 추종하는 구조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일반적인 ETF보다 투자 위험이 높은 상품인 만큼 금융당국의 역할은 시장이 과열된 뒤 뒤늦게 규제하는 데 있지 않다. 상품이 출시되고 거래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감독당국의 기본적인 책무다.

그런데 금융당국 수장 스스로 증권신고서 수리 시점에 이미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간단하다.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도 왜 상품 출시와 거래를 막지 못했는가. 위험 신호를 알고 있었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어야 했고, 그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당국은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자율성은 방임과 다르다. 시장 참여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다. 더구나 금융상품은 전문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개인 투자자가 모든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내세워 모든 책임을 투자자에게 돌린다면 감독기관이 존재할 이유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셈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과→대책 마련→시간 경과’라는 익숙한 패턴이다.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 수장은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상품과 또 다른 위험이 등장한다. 그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사과는 책임의 표현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기 위한 절차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이다.

먼저 이번 사태의 정책 결정과 감독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어떤 검토가 이뤄졌고, 어떤 위험 요인이 사전에 파악됐으며, 당국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국민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명백한 정책 판단의 오류나 감독상 과실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책임은 반드시 사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정책 실패에 대한 명확한 책임 소재를 밝히고, 필요하다면 인사상 책임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금융당국 수장이 책임을 지는 것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금융시장은 결국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투자자는 금융당국이 위험을 관리하고 시장의 질서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다. 그 신뢰가 흔들렸다면 당국은 말로만 회복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사전 심사와 감독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제도 개선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면 누가 그 판단을 했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송구하다’는 말은 시작일 뿐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면 이제는 그 고개를 다시 들기 전에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금융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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