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고금리 가계대출 고객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한편, 스테이블코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기존 금융시스템 안에서 취약 차주를 지원하고 지급결제 구조의 장기적인 변화에도 대비하는 이중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26일부터 연 9.8%를 초과하는 가계대출의 금리를 9.8%로 낮추는 지원책을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신한금융은 비자(Visa)와 스테이블코인·AI 결제 및 기업 간 거래(B2B) 분야의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적 업무협약을 발표했다.
금리 인하는 고금리 환경이 가계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는 조치인 반면, 비자와의 협력은 은행·카드·디지털자산의 경계가 재편되는 미래 결제시장에 대비한 인프라 투자다. 두 사업은 전통 금융의 안정성과 디지털 금융의 확장성을 하나의 그룹 전략 안에서 관리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신청 없이 2만8,411건 금리 인하
지원 대상은 2026년 7월 기준 연 9.8%를 초과하는 가계대출을 보유하고, 대출 잔여 만기가 3개월 이상인 고객이다. 별도의 신청 없이 금리가 9.8%로 조정되며, 대출 만기까지 적용하되 잔여 만기가 1년을 넘으면 지원 기간은 최대 1년이다.
예상 지원 규모는 총 2만8,411건, 대출잔액 기준 약 3,114억 원이다. 다만 지원 기간 중 대출이 연체되면 기존 약정이자와 연체이자가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신한금융이 2025년에 시작한 ‘헬프업 & 밸류업(Help-up & Value-up) 프로젝트’의 후속 사업이다. 추가 신청이나 심사 없이 기존 대출 조건을 조정해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차주에게 혜택을 집중한다.
금리를 9.8%로 제한한다고 해서 차주의 상환 위험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체 이전에 이자 부담을 줄이면 취약 차주가 제2금융권이나 단기 고금리 대출로 이동할 가능성을 낮추고, 은행은 자산 건전성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고객 지원과 위험관리가 동일한 대출 생애주기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다.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외부 신용평점 하위 50%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2,000만 원을 제공하는 ‘슈퍼SOL중금리대출’도 출시했다.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과 주부 등으로 심사 범위를 넓혔다. 금리 인하가 기존 차주를 대상으로 한 사후 지원이라면, 대안신용평가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을 발굴하는 사전 심사 장치다.
비자 플랫폼으로 발행부터 정산까지 검증
미래 결제 분야에서는 신한금융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비자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비자의 글로벌 결제망과 디지털자산 기술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AI 기반 결제, B2B·B2C 결제 서비스를 공동으로 연구한다.
협력의 기반은 지난 7월 공개된 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Visa Stablecoin Platform·VSP)이다. VSP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상환·보관·송금과 자금관리 업무를 하나의 환경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된 기업용 플랫폼이다.
신한금융은 VSP를 활용해 국내 금융환경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카드대금 정산과 기업 간 거래 등에 적용할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초기 활용 분야는 일반 소비자의 직접 결제보다 카드 정산, 해외송금, 기업 결제와 유동성 관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자는 미국에서 일부 은행이 USDC를 이용해 솔라나 블록체인상에서 카드 결제대금을 정산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의 카드 이용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융기관 간 자금 이동을 주말과 공휴일에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결제망과 다른 부분이다.
다만 이번 협약은 상용 서비스 출시가 아니라 기술과 사업모델을 확인하는 단계다. 국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이용자 보호, 회계·외환 처리 기준이 구체화돼야 실제 금융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한금융도 은행·신한카드·제주은행 사이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비용과 미래의 결제비용을 함께 줄인다
두 사업의 공통점은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마찰을 줄이는 데 있다. 가계대출 금리 인하는 고객이 부담하는 이자비용을 낮추고,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는 금융기관과 기업 사이의 자금 이동에 필요한 시간과 절차를 줄이는 방향이다.
신한금융이 보유한 신용심사, 자금세탁방지, 카드 정산 및 소비자 보호 경험은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과 연결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AI 결제의 경쟁력도 기술 자체보다 기존 금융 규율을 새로운 결제망에 얼마나 정교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금리 지원에서는 실제 이자 절감액과 연체 예방 효과가, 스테이블코인 실증에서는 정산 시간·비용·유동성 효율과 규제 준수 수준이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 성과가 구체적으로 확인될 때 두 사업은 일회성 지원과 기술 실험을 넘어, 포용성과 효율성을 함께 높이는 금융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