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이 두 번째 이더리움 기반 머니마켓펀드를 내놓은 것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금융권의 핵심 질문은 “대형 금융기관이 과연 공공 블록체인을 사용할 것인가”였다. 이제 그 질문은 상당 부분 지나갔다.
Zodia Custody의 Julian Sawyer CEO는 이 흐름을 분명하게 짚었다. 그는 “J.P.모건의 두 번째 이더리움 기반 머니마켓펀드는 기관 금융권의 블록체인 논쟁을 사실상 정리했다. 공공 네트워크가 승리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운영이다. 기관들이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통제 기준을 갖춘 상태에서 여러 체인에 걸쳐 수탁과 거래 실행을 실제 운영 환경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블록체인의 채택 여부가 아니라 실제 운영 능력이다.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머니마켓펀드, 디지털 채권을 실험 단계에서 실제 시장으로 옮기려면 수탁, 결제, 거래 실행, 담보 관리, 규제 보고를 모두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은 이더리움에서 발행될 수 있고, 다른 체인에서 결제되며, 별도의 수탁 구조 안에서 관리될 수 있다. 유동성과 거래 경로가 여러 체인으로 나뉘면 기관 입장에서는 효율보다 복잡성이 먼저 커진다.
이 때문에 은행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디지털 지갑이나 토큰 발행 기술이 아니다.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자산을 보관하고, 거래를 실행하고,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은행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프라다. 전통 금융에서 수탁, 청산, 결제, 보고 체계가 분리돼 발전했듯이 디지털 자산 시장도 전문 인프라 사업자의 역할이 커지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규제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불확실성이 기관 참여를 늦췄지만, 지금은 주요 금융 허브들이 제도적 틀을 구체화하고 있다. Sawyer는 “규제 환경은 점차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런던, 싱가포르, 브뤼셀, 아랍에미리트는 온체인 자본이 기관 금융 안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도입 속도를 늦췄던 규제 준수의 부담은 명확한 규칙으로 바뀌고 있다. 이 규칙에 맞춰 움직일 준비가 된 기관은 결국 그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갖춘 곳들”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규제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자산운용사에도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운용사의 경쟁력은 블록체인 인프라를 직접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고객에게 제공할 토큰화 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고, 확장하는 데 있다. 멀티체인 수탁과 거래 실행 인프라를 처음부터 자체 구축하려는 접근은 시간과 비용을 크게 늘릴 수 있다.
Sawyer는 이 지점을 강조하며 “자산운용사는 멀티체인 수탁과 운영 인프라를 처음부터 직접 구축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토큰화 상품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Solutions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디지털 자산 참여는 기술 실험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시장에서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여러 체인에 분산된 유동성을 연결하며,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통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공공 블록체인이 기관 금융의 한 축으로 들어오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다음 경쟁은 어떤 금융기관이 더 많은 토큰을 발행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고 실제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을 다룰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