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반도체 소재 사업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다. 중국 현지 기업과 손잡고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초고순도 이소프로필알코올(IPA)의 현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면서 중국 반도체 시장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중국 정밀화학 소재 기업 장화웨이와 반도체용 초고순도(HP) IPA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 제품 공급 계약과는 성격이 다르다.
LG화학이 대규모 생산 기반을 활용해 C3-IPA 원료를 공급하고, 장화웨이가 중국 현지에서 이를 추가 정제해 반도체 세정용 HP-IPA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원료 생산과 고순도 정제 분야에서 양사가 가진 경쟁력을 결합해 중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IPA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웨이퍼 세정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화학 소재다. 특히 초고순도 제품은 반도체 전 공정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만큼 안정적인 품질과 공급 능력이 중요하다.
반도체 선폭이 미세해지고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소재에 요구되는 순도와 품질 관리 수준도 높아진다. 극미량의 불순물도 반도체 성능이나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이번 협력을 통해 노리는 시장도 이 같은 고부가 소재 영역이다. 단순 범용 화학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반도체 공정에 직접 투입되는 고순도 소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수익성과 고객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AI 반도체와 첨단 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관련 소재 수요 역시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양사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고려해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선단 반도체 고객사를 대상으로 HP-IPA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서 LG화학의 강점은 안정적인 C3-IPA 생산 능력이다. LG화학은 전남 여수공장에서 프로필렌을 기반으로 한 고순도 C3-IPA를 연간 16만5000톤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고객사를 비롯해 북미와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도 공급하며 글로벌 사업 기반을 확대해왔다.
여기에 중국 현지에서 고순도 화학소재를 생산·정제해온 장화웨이의 기술과 고객 네트워크를 결합한다.
장화웨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화학소재를 생산하고 정제해 중국 내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는 업체다. LG화학 입장에서는 현지 기업의 정제 기술과 시장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시장 진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양사의 역할을 나누면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LG화학이 품질 경쟁력을 갖춘 C3-IPA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장화웨이가 이를 반도체 공정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HP-IPA로 정제한다.
이를 통해 중국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현지 생산·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상업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은 반도체 공급망이 지역별로 세분화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주요 지역에 확대하면서 소재 업체 역시 고객 생산거점과 가까운 곳에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LG화학이 중국 기업과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면서 현지 파트너의 정제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소재는 일반 화학제품보다 고객사의 품질 인증과 안정적인 공급 이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단기간에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 현지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시장 확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LG화학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서 확보한 생산 기술과 원료 경쟁력을 활용하면서도 최종 수요처를 첨단 반도체 산업으로 넓히는 전략이다. 특히 AI 산업 성장으로 고성능 반도체와 HBM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관련 소재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양사는 HP-IPA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중국 현지 반도체 고객사 공급을 위한 상업화에도 협력한다. 기술 교류와 정보 공유,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 대응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제조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세정 소재의 품질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고순도 화학소재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안정적인 C3-IPA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장화웨이와의 협력 범위를 넓히면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