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름길
호르무즈 해협,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름길
  • 정연수
  • 승인 2026.07.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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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에너지 병목지점이 이란의 강력한 지정학적 무기가 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Korea IT Times

 

로이터에 따르면, 현지 시간 7월 7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해상에서 상업용 선박들이 잇따라 공격을 받으면서 중동 해상 물류에 대한 긴장이 고조됐다. 다음 날에는 최소 4척의 원유·가스 운반선이 항로를 되돌렸고, 해상 보안 위험 등급도 상향 조정됐다. 이 사건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더라도 세계 에너지 시장과 해운 산업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음을 다시 확인시켰다.

이란의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은 미사일과 드론, 그리고 중동 전역에 구축한 대리세력 네트워크만이 아니다. 진정한 힘은 세계 에너지의 핵심 통로를 좌우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군사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전략적 지렛대를 테헤란에 제공한다.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 가운데 하나로, 글로벌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이를 대체할 현실적인 항로가 거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이 해협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고, 통항 선박에 각종 비용을 부과하거나 경제적 부담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중동을 넘어 세계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적인 해상 통로를 지정학적 무기로 전환시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란이 미국 해군을 정면으로 격파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어렵다. 진짜 변수는 세계 무역의 비용과 위험, 불확실성을 얼마나 높여 각국 정부와 보험사, 선주, 에너지 구매자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느냐에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선박 공격 이후 최소 4척의 원유·가스 운반선이 항로를 되돌렸고, 해상 운송 위험도는 상향 조정됐다. 일부 유조선은 걸프 지역 주요 선적항 인근에서 대기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는 이란 전략의 본질을 보여준다.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교란만으로도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에너지의 병목지점이 된 호르무즈 해협

평상시 기준으로 전 세계 원유와 가스 교역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이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했으며, 1,100억 ㎥(bcm)가 넘는 LNG 역시 호르무즈를 통과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카타르 LNG 수출의 대부분은 사실상 대체 항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먼 중동의 안보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가격은 산업 생산, 물가, 공급망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제 변수다.

이란 역시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테헤란의 전략은 군사적 열세를 지리적 우위로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계 해양을 장악할 필요는 없다. 단지 하나의 좁은 해협을 더 비싸고, 더 위험하며, 정치적으로 더 불확실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최근 논란이 된 통항료 부과 문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란은 이를 자국의 주권과 항행 서비스 제공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과 서방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사회가 자유롭게 이용해야 하는 국제 해협으로 보고 있다. 올해에는 이란 의회가 상선에 통항료를 부과하는 계획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갈등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법적으로도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은 공해가 아니라 이란과 오만의 영해를 통과한다. 동시에 국제해양법은 국제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에 대해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 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미국이 오랫동안 이러한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해 왔지만, 이란과 오만은 연안국의 주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법적 모호성은 오히려 이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선박 통제를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주권 행사와 규제, 해상 안전 관리라는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은 시설을 파괴하고, 호르무즈는 시장을 흔든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선박 검사 지연과 보험료 인상, 항로 변경, 유조선 회항은 모두 새로운 가격 신호가 된다.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하고, LNG 구매국들은 공급 계획을 다시 점검한다. 전쟁 위험 보험료는 상승하며, 아시아 주요 수입국들은 비상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선박 운항이 계속되더라도 불확실성 자체가 하나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21세기 지정학의 핵심 변화를 보여준다. 오늘날 전략적 영향력은 단순히 군사력이 아니라 인프라와 해상 병목지점, 데이터 흐름, 에너지 운송망, 금융 리스크를 통제하거나 흔들 수 있는 국가들에게 더욱 집중되고 있다. 군사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경제 순환을 좌우하는 능력 역시 그에 못지않은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궁극의 비대칭 전략 수단이다. 지역적 주권 문제를 세계 시장의 압력으로 연결하고, 제재를 받는 국가가 훨씬 큰 경제권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란은 군사력보다 지리적 위치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셈이다.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생산량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가 이동하는 항로와 보험, 법적 권한, 그리고 통제권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결국 이란의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은 미사일이 아니다. 세계 경제가 의존하는 좁은 해상 통로에서 물류를 늦추고, 비용을 높이며,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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