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가 기존 제조업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상품이 아닌 지능을 수출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규모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의원연맹 정책 세미나에서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며 “AI를 잘하기 위해서는 AI를 생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에 구축 중인 약 1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를 언급하며 “1기가와트(GW) 규모도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20~30GW 수준의 기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이 공급망 중심에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데이터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산업계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AI 연산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 GW급 전력 기반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AI 산업의 병목 요인으로 전력,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 메모리(HBM), 투자 자금을 지목했다. 그는 “지금은 돈과 전기, 반도체가 동시에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메모리는 자동차·가전·스마트폰 등 전 산업에 확산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산업은 결국 전력과 칩 경쟁”이라며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전체 산업 생태계가 속도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성장 전략으로 ‘공공 수요 기반 AI 생태계’ 구축도 제시했다. 그는 “공공 부문이 AI 수요를 먼저 만들어야 민간 기업이 서비스와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 구조를 통해 한국이 AI 서비스와 모델을 해외로 수출하는 산업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민국 성장 모델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이제는 상품이 아니라 지능을 만들어 수출하는 시대”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AI 기반 지식·데이터 산업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으로는 일본과의 경제 통합 구상도 언급됐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를 통합할 경우 약 6조 달러 수준의 경제권이 형성된다며 “미국과 중국에 대응 가능한 글로벌 경제 블록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발언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반도체·에너지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경쟁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데이터센터·전력·반도체를 아우르는 ‘인프라 전쟁’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