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노동 정부라서 긴급조정권 머뭇?" 이재명 선택한 국민들에 물어보라
[사설] "친노동 정부라서 긴급조정권 머뭇?" 이재명 선택한 국민들에 물어보라
  • Korea IT Times
  • 승인 2026.05.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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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는 흥미로운 논리가 등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친노동 정권'이기 때문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동계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가면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고 수준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노동조합 조합원만이 아니라 자영업자, 직장인, 투자자, 청년, 중산층, 기업인 등 다양한 계층의 선택을 받았다. 그렇다면 "친노동 정부라서 긴급조정권을 못 쓴다"는 주장은 결국 이재명 정부를 선택한 국민들이 노동계의 요구를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뿐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셈이다.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핵심 요구 가운데 하나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본인조차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배분받는 것은 투자자도 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요구의 적정성과 기업 경영 원칙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노동 친화 정책과 노조 요구의 무조건적 수용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동 존중은 노동조합이 제시하는 모든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긴급조정권 발동이 곧 반노동 정책도 아니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쟁의를 조정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노동친화 정부일수록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이 더 중요하다. 특정 노조의 이해관계보다 전체 노동시장과 국민경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다. 한국 수출의 핵심 축이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한 축이다.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투자자, 연금 가입자까지 영향을 받는다. 수많은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긴급조정권 검토 자체를 "노동 배신"처럼 묘사한다. 이는 노동정책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시각이다. 정부의 역할은 노조 편이나 기업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공익의 편에 서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친노동 정부인지 아닌지는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정책, 노동 안전, 고용 안정, 사회안전망 강화 등 종합적인 정책으로 평가받을 문제다.

결국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정부가 친노동 성향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업에 개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정부인가. 그리고 그런 판단을 기대하는 국민들은 모두 반노동 유권자인가.

아마도 대다수 국민의 답은 아닐 것이다.

국민은 친노동 정부를 원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에 따라 움직이는 정부도 원한다. 노동을 존중하는 것과 국가경제를 지키는 것은 서로 배치되는 가치가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특정 진영의 기대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에 기반한 균형점이다.

삼성전자 파업 사태는 결국 이재명 정부가 '친노동'과 '친기업'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권 보장과 공익 보호라는 두 책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그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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