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이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근육 유지’와 ‘대사 건강’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가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지만, 동시에 근육량 감소와 기초대사 저하 우려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세대 대사질환 치료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이 근육 기능 강화와 체중 감량을 동시에 겨냥한 차세대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오는 6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비만 신약 후보물질 관련 연구 성과 8건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세계 최초 펩타이드 기반 마이오스타틴(myostatin) 억제 기전 비만 치료제로 소개된 ‘LA-MSTN(HM500197)’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HM500197은 기존 GLP-1 계열 중심 비만치료 접근과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 체중 감소보다 근육량 유지와 기능 개선까지 함께 고려하는 ‘체성분 중심 비만 치료’ 개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을 중심으로 GLP-1 계열 치료제가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급격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제지방과 골격근 감소가 동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면서 업계 내 차세대 치료 전략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근육 감소가 기초대사량 저하와 신체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체중 감량보다 ‘건강한 감량’이 새로운 경쟁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마이오스타틴(myostatin)과 액티빈(activin) 경로를 조절해 근육 성장과 대사 기능을 함께 개선하는 병용 치료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다수 후보물질은 항체 또는 Fc 융합단백질 기반 접근에 집중돼 있어 분자 크기와 병용 제형 한계, 표적 외 생리 경로 영향 가능성 등이 과제로 지적돼 왔다.
한미약품은 HM500197을 펩타이드 기반 물질로 설계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한미약품 비만 신약 프로젝트인 ‘H.O.P(Hanmi Obesity Pipeline)’의 핵심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자체 AI 기반 신약 설계 플랫폼 ‘HARP(Hanmi AI-driven Research Platform)’를 활용해 개발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AI 기반 신약 설계 기술이 후보물질 발굴 속도와 정밀도를 높이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력 요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사질환과 비만 치료 분야는 장기 복용 안전성과 복합 대사 조절 능력이 중요해 AI 기반 구조 설계 기술 활용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체중 수준과 대사 특성에 따라 맞춤형 치료 전략을 구축하는 ‘비만 전주기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선두 파이프라인인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 준비와 함께 삼중작용 기반 차세대 비만치료제 ‘HM15275’, 근육 증가 기반 비만 치료제 ‘HM17321’ 등도 글로벌 임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향후 비만치료제 경쟁이 단순 체중 감량 수치를 넘어 근육 유지, 대사 건강, 장기 안전성, 환자 맞춤형 치료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비만 치료 시장은 단순 ‘살 빼는 약’이 아니라 근육과 대사 건강까지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근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확보 여부가 향후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은 “체지방은 줄이면서도 근육 기능은 유지·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만 치료 접근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사질환 분야에서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혁신 신약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