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블록체인 산업은 더 이상 속도와 수수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용자 경험의 추상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L1과 L2 네트워크의 구분은 점차 모호해지고 있으며, 경쟁의 기준은 실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분산 구조로 운영되는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 소닉랩스(Sonic Labs)는 포스트 양자 대응과 AI 기반 개발 환경을 동시에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Korea IT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소닉랩스의 핵심 기여자인 사무엘 하코트(Samuel Harcourt)는 L1–L2 관계의 재정의, 가치 포착과 개발자 경험 중심의 경쟁 전환, 포스트 양자 시대를 대비한 프로토콜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산업의 다음 국면을 짚었다. 그는 “준비되어 있는 프로토콜인가?”라는 질문이 기술 선택을 넘어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사무엘 하코트와의 일문일답이다.
— 2026년 사용자들이 체인 구분을 인식하지 않는 환경에서 L1과 L2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최종 사용자 관점의 추상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이 흐름이 확대될수록 사용자는 자신이 L1을 사용하는지 L2를 사용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추상화가 그 아래의 경제 구조와 설계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 L1과 L2는 역할 분담 구조로 이해됐다. L1은 보안을 제공하고 L2는 처리량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6년에는 이러한 구분이 점점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소닉을 포함한 현대적 L1은 이미 특정 체인에서 롤업의 필요성을 약화시킬 만큼 충분한 최종성과 처리량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 레이어가 애플리케이션 부하를 직접 처리할 수 있다면 L2의 필요성은 범용 확장이 아니라 특정 목적에 한정된다.
결국 L1과 L2는 동일한 질문으로 수렴한다. 실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개발자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수수료·지연·도구를 제공할 수 있는가다. 이 질문에 답하는 체인은 스택의 위치와 관계없이 가치를 확보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 체인은 차별성이 없는 상태에서 사용자 이탈을 겪게 된다.
— 속도와 수수료를 넘어서는 경쟁에서 차세대 L1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속도와 수수료는 더 이상 방어 가능한 경쟁력이 아니다. 대부분의 L1은 이미 1초 미만의 최종성과 극히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차별화 요소로 기능하지 않는다.
경쟁의 기준은 세 가지로 이동하고 있다. 첫째는 가치 포착 구조다. 수수료 압축이 진행되면서 기존 가스비 모델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네트워크, 개발자, 토큰 보유자가 애플리케이션 성과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 소닉은 애플리케이션이 발생시킨 수수료의 최대 90%를 개발자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둘째는 개발 도구와 경험이다. Web2와 Web3 개발 간 격차는 오랜 도입 장벽이었지만 AI 기반 개발 흐름이 이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소닉이 선보인 Spawn은 자연어 입력만으로 풀스택 애플리케이션을 몇 분 내에 배포할 수 있도록 한다. 소닉랩스 AI 책임자는 “Gemini 모델이 Spawn과 온체인 애플리케이션 구축 도구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아키텍처 회복력이다. 포스트 양자 대응, 상태 데이터 효율성, 암호 구조 전환 가능성은 단순한 기술 홍보가 아니라 장기 생존을 결정짓는 요소다. 이러한 결정은 프로토콜 수준에서 이루어지며 쉽게 되돌릴 수 없다.
— 양자 컴퓨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포스트 양자 준비는 얼마나 현실적인 과제가 되었나
업계는 그동안 양자 저항성을 미래의 문제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구글의 연구와 Q-Day 논의는 블록체인 인프라의 실제 준비 상태를 다시 점검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많은 체인이 이미 포스트 양자 환경에서 교체가 어려운 암호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BLS 집계다. 이에 대응하는 표준화된 포스트 양자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환 과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소닉은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SonicCS는 이벤트 단위 서명과 해시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집계 인증서나 임계값 서명에 의존하지 않는다. 포스트 양자 전환 시 서명 방식만 교체하면 되며, 나머지 프로토콜은 유지할 수 있다. 핵심은 전환 시점이 아니라 전환 비용이다.
— 프로토콜 수준에서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합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지 않고도 암호 체계를 교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대부분의 체인이 충족하지 못하는 조건이다. 문제는 암호 의존성이다. BLS 집계나 임계값 서명에 의존하는 구조는 이를 제거하기 어렵다. 포스트 양자 대안은 집계 효율이 낮거나 데이터 크기가 크기 때문에 단순 교체는 시스템 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
SonicCS는 암호 계층과 합의 로직이 분리된 구조를 갖는다. 이벤트는 단일 서명과 해시 참조만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포스트 양자 전환은 서명 알고리즘 교체 수준에서 해결된다. 준비성은 미래의 선택이 아니라 현재의 설계 문제다.
— 어떤 블록체인이 미래 회복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나
포스트 양자 전환은 암호 민첩성의 문제다. 많은 PoS 체인은 현재 환경에 최적화된 구조 때문에 전환 비용이 크다. 소닉은 합의 프로토콜을 직접 설계함으로써 장기적 전환을 고려한 구조를 선택했다. 이는 최소한의 변경으로 포스트 양자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반면 일부 체인은 인증서 크기 증가, 비용 상승, 또는 프로토콜 재설계라는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미래 회복력은 보안 계층을 합의 구조와 독립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 자연어 기반 개발 도구는 블록체인 개발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Spawn은 개발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개발자가 블록체인을 이해해야 하는 구조에서, 인프라가 복잡성을 흡수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자연어 기반 도구는 개발자의 의도와 기술 구현을 분리한다. 이는 개발자가 암호 기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 소닉의 초저지연 구조는 이러한 빠른 반복 개발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됐다. 이는 Web2에서 ‘바이브 코딩’이 촉발한 변화와 유사한 흐름이다. Web3에서도 개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확장이 가능해질 수 있다.
— 2026년 이후 산업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AI 기반 개발은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핵심은 이것이 실제 산업 규모로 확장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개발자는 점점 더 짧은 개발 경로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회복력은 필수 조건이 된다. 많은 체인이 여전히 포스트 양자 대응이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경쟁에서 유리한 체인은 보안 구조를 유연하게 진화시킬 수 있는 설계를 가진 체인이다.
결국 성공하는 생태계는 아이디어에서 미래 대응형 배포까지 가장 짧은 경로를 제공하는 인프라 위에서 형성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