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을 ‘강의’에서 ‘체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은행원과 고객 역할을 맡아 계좌를 만들고 돈을 입출금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면서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금융 습관 형성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29일 금융권에 딸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8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잡월드에 ‘어린이 하나은행 직업체험관’을 개관했다. 개관식에는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이병균 한국잡월드 이사장 등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체험관은 어린이들이 실제 은행 영업점과 유사한 환경에서 금융 업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금융상담 창구와 금고, 번호표 발급기, 통장 프린터 등 은행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갖추고 어린이들이 금융 서비스가 이뤄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체험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은행원과 고객 역할을 번갈아 수행한다. 계좌 개설 신청서를 작성하고 번호표를 발급받는 것부터 체험 통장을 만들고 체험용 화폐로 입출금을 진행하는 등 실제 금융 거래의 기본 절차를 경험한다. 하나은행 캐릭터 ‘별돌이’와 ‘별송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통장을 꾸미는 활동도 마련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체험형 금융교육이 어린이들에게 돈을 단순한 ‘소비 수단’이 아닌 관리하고 계획해야 하는 자원으로 인식시키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교육의 중요성이 커진 배경에는 디지털 금융 확산도 있다.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하고 송금하는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어린이들이 현금과 통장 등 전통적인 금융 수단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 반면, 금융거래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모바일 결제나 간편송금에는 익숙하지만 실제 돈이 어떻게 관리되고 금융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부족한 편”이라며 “직접 금융거래를 체험하는 방식은 금융 개념을 쉽고 오래 기억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한국잡월드 내 금융 체험 공간을 확대해 금융교육과 실제 금융서비스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어린이 체험관과 함께 ‘조이출장소’와 ‘부속영업점’도 새롭게 운영한다. 조이출장소에서는 한국잡월드 어린이 체험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험용 화폐 ‘조이(Joy)’와 조이카드를 발급하고 관리한다.
부속영업점에는 하나은행 직원이 상주해 방문객을 대상으로 계좌 개설과 예·적금,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체크카드 발급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상품 가입뿐 아니라 금융상담과 어린이 대상 금융교육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미성년자 고객의 용돈 관리 등을 지원하는 ‘원픽(ONE PICK) 통장’ 등 어린이·청소년 대상 금융상품을 소개하고 눈높이에 맞춘 금융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어린이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데 대해 사회공헌을 넘어 장기적인 고객 관계 형성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특정 금융회사 브랜드와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해당 금융사에 대한 친숙함과 신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를 함께 연결하는 금융교육 프로그램은 미래 고객 확보와 기존 고객의 관계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금융교육이 단순한 상품 홍보 수단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교육의 독립성과 공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들이 특정 금융상품을 판매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 금융의 기본 원리와 합리적인 소비·저축 습관을 먼저 익힐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의 금융교육도 단순한 경제 상식 전달에서 벗어나 체험과 게임, 디지털 콘텐츠 등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모의투자와 금융사기 예방 교육, 용돈 관리 프로그램 등 교육 범위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하나은행 역시 이번 직업체험관을 통해 어린이들이 금융의 기본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동시에 올바른 금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금융을 배우며 건전한 금융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유익하고 차별화된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세대의 금융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도 은행들의 미래세대 금융교육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교육이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디지털 금융 시대에 필요한 금융역량을 키우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는 동시에, 은행과 고객이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