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배분·수익률 경쟁력 앞세워 ‘거래’ 넘어 장기 자산관리 시장 선점
주식 거래를 얼마나 많이 중개하느냐가 증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던 시대에서 고객의 자산을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시대로 국내 금융시장이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연금이 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한번 유입된 자금이 장기간 운용되는 특성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금융상품 하나가 아니라 고객과 수십 년에 걸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핵심 자산관리 시장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으로 유입되는 연금자산의 규모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적립금 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적립금 증가액은 45조1,438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에서 늘어난 금액은 약 9조5,799억원으로 전체 증가분의 21.2%를 차지했다.
42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가장 큰 증가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상반기 누적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액도 약 14조원에 달했다. 연초 적립금과 비교하면 36.5% 증가한 규모다.
단순히 연금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증가세다.
‘얼마나 모았나’보다 중요한 ‘어디로 이동하나’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지난해 8월 퇴직연금 34조원과 개인연금 16조원을 합쳐 연금자산 50조원을 넘어섰다.
당시에도 규모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은 고객 자산의 성과였다.
2025년 7월 말 기준 연금 고객의 납입원금 대비 평가차익은 약 8조4,000억원이었다. IRP 1년 수익률은 12.48%로 은행·증권·보험을 포함한 전체 업계 1위였으며, 5년 수익률은 5.66%로 증권업계 선두를 기록했다. DC형 1년 수익률 역시 12.17%로 증권업계 1위였다.
물론 특정 기간의 연금 수익률만으로 장기적인 운용 경쟁력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후에도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20년 말 약 13조원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자산은 2025년 초 30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연금자산 50조원 돌파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적립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금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계좌 확보에서 실제 자산운용 성과와 서비스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가 연금과 만나다
미래에셋증권의 연금사업을 다른 사업과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 같은 성장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
핵심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자산배분이다.
미래에셋은 국내 자산에 집중하기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우량자산에 장기 분산투자하는 전략을 연금 운용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 역시 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4년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 등 연금펀드와 연금계좌 내 ETF를 합산한 연금자산은 3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등 판매사의 개인·퇴직연금 계좌에 편입된 TIGER ETF 순자산은 1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미국 기술주 등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ETF가 연금계좌 안으로 들어오면서 연금투자의 선택지가 예·적금 중심에서 글로벌 자산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해외 투자 역량과 국내 연금사업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앞선 글로벌 전략에서 해외사업 자체가 새로운 이익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글로벌 투자 경험이 고객의 장기 자산관리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증권사 경쟁, ‘거래’에서 ‘관리’로
연금시장이 증권사에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사업의 시간축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식 브로커리지는 시장 거래대금과 투자심리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 반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고객의 은퇴 시점까지 장기간 축적되고 운용된다.
따라서 연금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금융상품 판매액이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객의 30대와 40대 자산 형성기부터 은퇴 이후 자산 인출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금융 관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연금 인출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연금 적립 이후의 자산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TF 적립식 매수와 모바일 연금 개시, 퇴직연금 장내채권 거래 등 연금계좌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수단과 디지털 기능을 확대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금사업의 경쟁 기준이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서 ‘고객의 돈을 어떻게 운용하고, 은퇴까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과 연금, 두 개의 장기 전략
이 지점에서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사업과 연금사업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미국·홍콩·인도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만들고, 국내에서는 연금과 자산관리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화하고 있다.
하나는 지역의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의 확장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2024년 말 이미 연금자산 42조7,0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고 개인연금·DC·IRP 적립금이 모두 10조원을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연금은 더 이상 증권사의 부수적인 사업영역으로 보기 어렵다.
향후 경쟁의 핵심은 규모보다 자산관리의 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시장 상황에 맞는 글로벌 자산배분을 제공할 수 있는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개인별 투자와 은퇴 솔루션을 얼마나 정교하게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미래에셋증권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연금자산은 하나의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증권업의 경쟁축이 ‘얼마나 많이 거래시키느냐’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선점 효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