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주식 3.3% 소각에 배당 확대까지 검토… 시장 “밸류에이션 재평가 계기” 기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소각에 나선다. AI 메모리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확보한 현금을 주주에게 적극적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총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2407만주를 장내에서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취득 기간은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다. 매입 규모는 전날 종가인 주당 166만2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했으며 실제 취득 주식 수는 주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매입 물량은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한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하는 만큼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유통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당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기존 주주환원 정책의 조기 이행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11월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공시에서는 주주환원 수준을 기존 ‘누적 FCF의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자기주식 취득·소각과 현금배당을 병행하고, 기존 고정배당과 특별배당을 포함한 배당 확대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크게 개선된 재무상태가 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순현금은 약 69조원으로, 대규모 설비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커졌다.
회사는 사업 경쟁력과 현금창출력, 중장기 성장성 등 내재가치가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도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자사주를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정규장에서 약세를 보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자사주 매입·소각 소식이 전해진 뒤 시간외 거래에서 7%대 급반등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주에도 투자심리가 확산됐다.
<>업계 “주주환원과 성장투자 균형이 관건”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자본배분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 등을 위해 앞으로도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40조원이라는 환원 규모 자체보다 대규모 주주환원 이후에도 성장투자를 뒷받침할 현금 여력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순현금 규모와 개선된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성장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이번 조치는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기업들과 달리, SK하이닉스가 실적 개선으로 확보한 현금을 적극적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자본배분 원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관심은 ‘40조원 이후’… 3분기 추가 환원안 공개
시장에서는 이번 40조원이 주주환원의 끝이 아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정책 기간 동안 현금흐름과 시장 상황, 배당가능이익 등을 고려해 자기주식 취득·소각과 배당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가 주주환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3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안내하기로 했다.
결국 시장의 다음 관심사는 ‘40조원 이후 얼마나 더 돌려줄 것인가’다. AI 메모리 호황이 이어져 FCF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경우 주주환원 규모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메모리 가격이나 AI 투자 사이클이 둔화하면 성장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주가 부양책을 넘어, AI 메모리 호황으로 창출한 막대한 현금을 성장투자와 주주에게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SK하이닉스의 자본배분 전략이 한 단계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조치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SK하이닉스가 그동안 저평가됐던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