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규모 주주환원과 메모리 업황 호조를 동시에 등에 업고 주가 재평가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HBM 사업 개선까지 맞물리면서 실적과 주주가치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10일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0만원을 유지하고, 현재 주가 수준을 적극적인 비중 확대 구간으로 평가했다.
핵심 변수로는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이 꼽힌다. 김동원·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연간 주주환원 규모가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연간 주주환원 규모인 9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20배 이상 확대되는 수준이다.
KB증권은 이 같은 주주환원이 단순한 배당 확대를 넘어 삼성전자 주가의 할인 요인을 줄이는 촉매가 될 것으로 봤다. 대규모 현금흐름을 주주에게 적극적으로 돌려주는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 실적 대비 낮게 평가받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817% 급증한 112조원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률은 5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새로 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메모리 사업이 있다. 3분기 DRAM 영업이익률은 83%, NAND는 7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은 당분간 삼성전자의 실적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의 메모리 수요 충족률은 약 6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신규 메모리 팹을 완공하고 실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최소 4년 동안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 역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으며, 11.7Gbps의 안정적인 데이터 처리 성능과 최대 3.3TB/s 수준의 단일 스택 대역폭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HBM4E는 올해 하반기 샘플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KB증권은 내년 삼성전자의 HBM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2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HBM4 시장 점유율도 44%까지 확대되면서 글로벌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기존 범용 메모리 중심의 실적 구조에서 AI용 고부가 메모리 비중이 빠르게 커지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는 일반 메모리보다 가격과 수익성이 높아 HBM 출하량 증가가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도 거론됐다. KB증권은 3분기부터 4나노 공정 기반 LPU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성과급 충당금을 제외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이 2022년 이후 약 4년 만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의 저평가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D램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보다 약 4%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기업에 적용되는 달러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현재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결국 삼성전자의 투자 포인트가 단순히 ‘메모리 업황 회복’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게 KB증권의 판단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용 고부가 제품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에 더해 HBM 경쟁력 회복, 파운드리 흑자전환, 대규모 주주환원까지 동시에 진행될 경우 기업가치에 적용되는 할인 요인이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원·이창민 연구원은 “향후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은 삼성전자 주가 재평가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현재는 적극적인 비중 확대가 가능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삼성전자가 실제로 어느 수준의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할지와 함께 HBM4 공급 확대 속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주가 재평가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예상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경우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