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를 향한 해외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는 최근 한국을 두고 "투자 부적합 국가(Investable No More)"가 되어가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해외 언론의 평가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비판의 근거가 실제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면 정책 당국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이 아니라 정책이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거나 뒤늦게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충분한 시장 영향 분석 없이 상품을 허용한 뒤 변동성이 커지자 뒤늦게 예탁금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은 일관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시장은 정책 실험장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예측 가능성의 상실이다. 투자자들은 손실 자체보다 규칙이 수시로 바뀌는 시장을 더 두려워한다.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하면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일이 반복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투자금은 언제든 다른 시장으로 이동한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이를 보여준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해외 자금은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이동한다. 그 빈자리를 개인투자자가 메우는 구조가 반복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정보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에게 돌아간다. 시장을 떠받치라는 신호를 보내놓고 손실은 개인이 떠안는 구조는 결코 건강한 자본시장이 아니다.
정책 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구호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안정적인 규제 환경, 일관된 정책 집행, 예측 가능한 시장 운영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은 정부의 발표보다 실제 정책의 일관성을 본다.
국민연금의 역할 역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의 최우선 원칙은 정치적 목적이나 시장 부양이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률과 위험 관리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정책 기조에 맞춘 듯한 운용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독립성과 전문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원칙이다.
물론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특정 제도 하나나 정부 정책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금리, AI 관련 종목 쏠림, 투자심리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 칼럼 역시 하나의 의견이며, 그 자체가 객관적 결론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이 주요국보다 컸고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만큼, 당국은 이를 방어하기보다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시장을 관리할 수는 있어도 시장을 설계할 수는 없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만들려는 순간 시장은 왜곡되고, 왜곡된 시장은 결국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진정한 선진시장으로 평가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 규제의 일관성, 그리고 시장을 존중하는 원칙이다. 해외 언론의 비판을 애국심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 그것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