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의 투자 기능이 한층 강화된다. 정부가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투자조합에 대한 간접투자를 허용하고,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분 취득 규제를 완화하면서 정책금융을 통한 성장기업 지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개정 법률과 함께 오는 24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수출입은행의 투자 수단을 다양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데 있다. 그동안 수출입은행은 주로 대출과 보증 중심의 금융지원을 수행해 왔지만, 앞으로는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우선 간접투자 대상이 대폭 확대된다. 기존에는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기구를 중심으로 투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벤처투자법상 벤처투자조합과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투자조합에도 출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참여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규모를 제한했던 규제도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특정 투자기구에 대해 집합투자재산의 25%까지만 투자할 수 있었으나 해당 한도 규정이 삭제된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정책적 필요성이 큰 분야에 보다 탄력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직접투자 제도도 손질됐다. 개정안은 수출입은행이 직접투자를 실시할 경우 투자사업의 예상수익률이 자체 기준수익률 이상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명확히 규정했다. 정책금융기관의 투자 확대와 함께 투자 건전성과 책임성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해외 인프라 사업 등에 대한 지분투자의 경우에는 추가 기준도 마련됐다. 예상수익률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사업 종료 후 5년 이내에 순현금흐름이 흑자를 기록하는 시점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닌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 완화가 눈에 띈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직접투자 시 의결권 있는 주식의 15%를 초과해 취득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상 벤처기업과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성장 단계에 있는 유망 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분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혁신기업 입장에서는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안정적인 장기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경쟁 심화 속에서 정책금융이 단순 융자를 넘어 투자자 역할까지 수행하며 경제안보를 뒷받침하는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성장과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특히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 확대를 통해 신산업 육성과 수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개정으로 수출입은행이 대출·보증 중심의 전통적 정책금융기관에서 투자 기능을 갖춘 성장지원 기관으로 역할을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마중물 투자'가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